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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콘서트 초대〉그시절 그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오후 4시, 가을비가 가볍게 날리는 KBS 신관 공개홀 앞. 한 무리의 방청객들이 눈길을 끈다. 〈뮤직 뱅크〉 나〈이소라의 프로포즈〉녹화날이면 으레 몰리는 10~20대들과 다르다. 노란 머리칼도 아니고, 교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오빠 부대' 와도 거리가 멀다. 옆구리에 낀 시장 바구니가 눈에 띈다. 다름아닌 30~40대 주부들이다.

"오늘 윤수일이 나온데요. 글쎄~에" "여고생 때만 해도 김세환하면 깜빡 넘어갔는데, 호호호. " 녹화를 기다리는 동안의 수다는 차라리 추억담에 가깝다.

KBS2〈콘서트 초대〉(금 밤12시)의 세번째 녹화날. 10대 위주의 쇼 프로그램이 방송사를 장악한 요즘, 30~40대 시청자가 중심인〈콘서트 초대〉의 등장은 어찌보면 용감하기까지 하다.

미사리로 밀려난 기성 가수들과 쇼 프로그램에 등을 돌렸던 30~40대 시청자를 다시 불러 모아야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자 빈 자리가 꽤 보였다. 조연출을 맡은 조현아 PD는 "신설 프로라 아직 홍보가 덜된 탓" 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방청객들의 열기는 뜨겁다.

진행을 맡은 김창완씨가 나와 '그리움' 얘기를 꺼낸다.

"어렸을 적에 '오라~이!' 하며 버스 옆구리를 두드리던 차장 누나…생각나세요?" 하고 묻자 "맞아, 맞아. 그랬지 정말!" 하며 일제히 맞장구를 친다.

이어 초대 가수가 등장한다. 최근 활동을 재개한 윤수일, 큰 애가 고3 수험생이라는〈그리움만 쌓이네〉 의 여진, 〈사랑하기에〉〈첫눈이 온다구요〉의 이정석 등이 방청객의 기억보다 다소 나이든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온다.

시장가는 길에 들렀다는 김미자(41.주부.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런 프로가 등장해 반갑다" 며 "TV에 출연하는 통기타 가수들을 보면 아이들과도 공감대가 생긴다" 고 말했다.

"엄마.아빠에겐 서태지나 H.O.T와 똑같은 우상이었다" 고 설명하면 아이는 "기타만 치고 노래가 조용한데도 그렇게 좋아했어요" 라고 반문한다는 것.

또 녹화현장을 처음 찾았다는 송승혜(42.주부.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TV에서 노래를 듣다보면 학창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며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도 표현할 길이 없었던 때가 생각나 방송국을 찾게 됐다" 고. 또 " '반짝' 하고 사라지는 프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덧붙였다.

방청은 매달 둘째.넷째주 월요일 오후 4시와 8시,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을 찾으면 된다. 방청권은 따로 없다. 02-781-3961, 3968.

다양성 잃은 가요계 새 바람 됐으면

"무대에 나온 가수 윤수일씨를 보고 고무됐어요. 오래된 나무에서 새싹을 본 느낌이랄까.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이 될겁니다."

〈콘서트 초대〉의 진행을 맡은 가수 김창완(46)씨. 1977년 데뷔한 이후 그룹 '산울림' 등의 활동을 통해 가요사에 한획을 그었던 '거목' 이다. 때문에〈콘서트 초대〉에 부여하는 의미도 남다르다.

"다양한 음악이 존재해야죠. '다양성' 은 이미 전세계적 흐름입니다. 그런데 유독 가요만 왜 소외돼 있는지 모르겠어요. " 답답하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진행 제의를 받자마자 프로그램 제목도 '초대' 로 지었다.

"기성 가수들을 문전박대했던 방송사측의 머리 숙임과 소외됐던 30~40대 시청자들에 대한 한밤의 초대란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고 설명한다. 실제 출연 섭외가 만만치 않다. 기성 가수의 절반은 출연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홀대받은 것에 대한 분풀이도 있고요, 또 활동을 오래 쉰 탓에 보여줄 새로운 게 없다는 이유도 있죠. "〈콘서트 초대〉를 통해 이를 불식하는 것이 개인적 바람이다.

"임재범 '너를 위해' 의 서정성도 좋고, 박지윤 '성인식' 의 발랄함도 좋잖아요. 다양한 음악이 숨쉴 수 있는 가요 환경이 아주 시급해요. 부디 '콘서트 초대' 가 그 창구가 됐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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