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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용병악몽' 올시즌에도 재연조짐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용병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7월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된 용병 20명 가운데 시즌 개막전에 벌써 에릭 던(현대 걸리버스)과 와이킹 존스(동양 오리온스), 디온 브라운(삼보) 등 3명의 용병이 가방을 챙겼다.

이들은 가정문제를 핑계삼아 일단 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코트에서 도저히 뛸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내는 수법으로 계약을 깨뜨리고 있으나 구단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이는 형편이다.

공들여 해외전지훈련까지 가서 국내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놓은 상태에서 개막을 기다리는 구단에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배신행위다.

이중 브라운은 지난해 기아 엔터프라이즈에서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존 와센버그로 대체됐는데 올시즌에도 삼보 엑서스에서 줄행랑을 쳐 또다시 와센버그에게 기회를 안겨주는 `질긴 인연'을 보였다.

용병들의 팀이탈이 잇따르자 구단 코칭스태프들은 올시즌에도 용병악몽에 시달리지 않을까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6명의 용병들이 불평속에 유니폼을 벗어던졌고 일부 용병은 감독에게 주먹다짐까지 벌이는 추태를 벌였는가하면 다른 용병들은 태업을 일삼다 퇴출당하는 등 팀워크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10개 구단 가운데 용병때문에 가장 몸살을 앓은 팀은 삼보.

삼보는 지난 시즌 말린 킴브루와 브라이언 리스를 모두 내보내고 제런 콥과 레지 타운젠드로 대체해 `꿩 대신 닭으로' 정규리그를 때웠으나 4강길목에서 미끄러지는 아픔을 맛보았다.

삼보는 올시즌 시범경기 내내 불성실한 플레이로 일관하던 브라운이 훌쩍 떠나버리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토털 바스켓볼을 구상했던 현대 신선우 감독은 던이 돌연 출국해버려 마이크 채프먼을 영입했으나 몸놀림이 둔하고 슛감각도 신통치 않아 정상복귀에 난항이 예상된다.

피터팬 김병철 등 주전멤버들이 군에서 복귀해 모처럼 상위진출을 노리는 동양 오리온스는 와이킹 존스 공백을 메운 앨버트 리처드슨과 뒤늦게 팀워크를 맞추느라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용병들의 반란을 제어할 규정하나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아 구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용병농사에 구단들의 시즌 성적이 좌우될 정도였다"면서 "용병들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라 마치 시한폭탄과 같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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