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양학선, 세계 랭킹 1위 사양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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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위 잡은 2위 세계 랭킹 2위인 이용대-정재성(앞) 조가 12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12 전영오픈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에서 라이벌 차이원-푸하이펑(중국·세계 랭킹 1위) 조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정 조가 2-1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버밍엄 AP=연합뉴스]

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랭킹 2위 이용대(24)-정재성(30·이상 삼성전기) 조가 12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끝난 전영오픈 배드민턴 수퍼시리즈 프리미어대회 남자복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차이원-푸하이펑 (중국)조를 세트 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오는 7월 런던올림픽 금메달 전망이 밝아졌다.

 이용대-정재성 조는 랭킹 1위를 꺾었으나 여전히 2위다. 랭킹은 꾸준함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랭킹 산정 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세계 랭킹은 일정 기간 쌓은 랭킹포인트의 합산으로 정해진다. 많은 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포인트를 얻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배드민턴은 1년간 참가 대회에서 포인트가 높은 10개 대회만 점수를 합산해 랭킹을 정한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랭킹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랭킹에 따라 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서다. 런던올림픽에서 유도·배드민턴·사이클·펜싱·요트·트라이애슬론 등이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출전권을 주고 있다.

유도의 왕기춘(24·포항시청·남자 73㎏급 세계 랭킹 2위)과 김재범(27·한국마사회·남자 81㎏급 세계 랭킹 2위)이 무난히 런던올림픽에 나서는 반면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33·한국마사회·남자 66㎏급 세계랭킹 41위)는 올림픽 무대를 밟기 어렵다. 세계랭킹 22위 이내인 출전 기준에 못 미쳐서다.

대한체육회 훈련기획팀 이옥규 차장은 “세계 랭킹에 따라 올림픽 출전 자격을 부여하는 종목이 늘고 있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랭킹포인트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랭킹은 메달 획득에 이점을 준다. 배드민턴·탁구·유도 등 토너먼트로 경쟁하는 종목의 경우 상위 랭커들은 시드를 배정받아 초반 약한 상대와 경기를 치르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강자들은 전략적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피하기도 한다. 우승 후보로 꼽혀 상대에게 집중 분석을 당할 수 있어서다. 2011세계체조선수권 남자 도마 챔피언 양학선(20·한국체대)은 런던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다. 그러나 전략 노출과 부상 방지를 위해 국제대회 출전을 자제해 도마 부문 랭킹은 4위다. 양궁도 마찬가지다. 윤병선 대한양궁협회 사무국장은 “한국 선수들에게 랭킹은 무의미하다.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국제양궁연맹 주관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영과 역도 등 기록경기는 시즌 기록 1위가 세계 랭킹 1위가 된다. 수영의 박태환(23)은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78로 시즌 최고 기록을 세워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반면 역도의 장미란(29·고양시청)은 지난해 국제대회에 나가지 않아 랭킹이 없다. 또 다른 기록경기인 육상은 랭킹 개념이 없다. 남자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가 세계 랭킹 1위로 불리지 않는 이유다.

허진우·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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