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공동 경마장 관할권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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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치단체의 경계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느 쪽 119 구급차가 출동해야 하나.

다음달 개장예정인 부산.경남 경마공원의 치안.소방.환경 등의 관할권을 놓고 부산과 경남 해당기관들의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늘어날 업무 만큼 경찰인력 충원이 예상되는 치안은 서로 맡으려고 하지만 골치 아픈 소방과 환경은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신경전은 부산. 경남 경마공원이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부산과 경남의 경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 37만6886평이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과 경남 김해시 장유면 수가리로 이등분(18만8443평)돼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레저세 분배때 불리함을 방지하려는 두 자치단체가 기존 경계를 조정, 한평의 오차도 없이 나눈데서 기인한다.

치안은 부산 강서경찰서와 경남 김해 경찰서가 서로 맡으려 하자 경찰청이 최근 부산 강서경찰서가 맡도록 조정했다.

경마공원의 주출입로와 행정시설이 부산에 있는 만큼 치안을 맡아야 한다는 부산 강서경찰서의 논리가 먹혀들어 간 것이다.

반면 김해경찰서는 경주로와 관람대 매표소 등 인파가 몰리는 시설이 김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었다. 치안을 맡게 된 부산 강서경찰서는 태스크 포스를 서울 경마공원으로 보내 경마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 유형을 파악하는 등 신바람 난 분위기다.

그러나 소방과 환경은 서로 안 맡으려 하고 있다. 화재진압과 119 구조는 기존 업무량이 포화상태인데다 쓰레기 수거는 매립장 사용연한을 앞 당기기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에 대한 두 자치단체의 구체적인 협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경마공원내 건물의 소방시설 설치 등 소방업무는 경계에 따라 두 자치단체가 나눠 맡았었다.

김해소방서 관계자는 "서로 미룰 것이 아니라 119 출동은 전화받는 쪽에서 출동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마장측도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경마장에 들어선 40여채의 건물의 준공검사도 부산시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로 나누어 처리 했다. 관람대와 중문매표소, 고객 안내소 등 20여채는 김해시에서 맡았다. 본관과 별관건물, 마사(馬舍)와 경비초소 등 20여채는 강서구가 준공을 내줬다. 두 곳에 걸쳐 있는 경주로는 두 자치단체가 준공검사를 했다. 뿐만아니라 마사회측은 똑 같은 행정행위를 두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는 레저세 경감문제가 대표적이다.

부산.경남 경마공원 송재광 홍보과장은 "두 자치단체에 똑 같은 서류를 내는 일이 많거니와 레저세 협상도 두 곳을 상대로 하려니 힘들다" 라고 털어 놓았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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