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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느낌의 좋은 장소 - 본 뽀스또

중앙일보

입력

곱게 풀먹인 하얀 린넨의 촉감, 또다른 대기권이 존재하는 것처럼 하늘거리는 바람 소리, 그리고 통유리를 통해 작게 부셔지는 한낮의 따뜻한 볕. 잘 지어진 유리온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의 본 뽀스또에서는 미니멀한 공간이 주는 낯선 위압감보다 그 소박한 포근함이 먼저 느껴진다.

본 뽀스토는 이탈리아말의 제목 그대로 '좋은 장소'다. 볕이 곱게 스며드는 좋은 장소이며, 좋은 이들과 좋은 담소를 기분 좋게 나눌 수 있는 좋은 장소이며, 무엇보다도 맛 좋은 이탈리아 음식이 가득한 좋은 장소이다.

스카웃 당시 '억대 주방장'이라는 타이틀(그리고 힐튼 호텔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를 박차고 나온 용기!)로 요리에 낡은 관념을 상쾌하게 깨트리며 '예술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의식을 과시했던 강원철 조리장(공식적인 직함은 부장님!)에게 본 뽀스토는 수치로 매겨진 액수, 그 이상의 의미일 것이다.

메인 요리 위주로 구성된 다른 메뉴에서 메인 요리만큼의 비중을 지닌, 다양한 맛과 멋의 에피타이저는 강원철 조리장의 야심작 중 하나. 얇게 저민 요리방법을 뜻하는 '카파치오'나, '각종 향신료를 가미한 애호박과 신선한 리코타 치즈', '해산물 모듬 전채' 등 다양한 에피타이저들의 향연은 본 뽀스토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메뉴에 올라있는 12가지의 파스타 외에도 손님이 찾는 맛을 서비스하는 이곳에서 준비되는 파스타는 20가지 정도!

정통 양식의 모든 것을 프랑스 요리로 기준하는 매우 순박한 질문, 특히 고기 요리가 특징적이지 않은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질문을 간단하게 일축하는 대답, '소스는 화장발' 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이탈리아 요리'의 핵심은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서민음식의 컨셉인 셈이다.

기계적으로 파스타와 메인 요리 위주로 메뉴를 결정하는 보통의 경우에서 빗겨나온 그의 추천은 '향기로운 루꼴라 야채를 곁들인 참치요리'와 이탈리아 와인 '빌라 안티노리'이다. 에피타이저 만으로도 훌륭한 와인의 안주가 될 수 있다는 것!

"빌라 안티노리는 한국 사람에 가장 잘 맞는 와인인 것 같습니다. 밥 같은 술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자체로는 아무 맛이 없는 것같지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하얀 밥처럼, 반찬의 고유의 맛을 잃지 않게, 그리고 돋보이게 도와주는 소프트하고 소박한 맛의 와인이죠."

1년에 한번 정도 업데이트 되는 메뉴를 조금 빨리 조정한 것도(작년 8월에 오픈해 올 4월에 메뉴를 조정했다) 다양한 층을 위한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보여주기 위한 그의 작은 노력중 하나이다. 계절별 특선요리를 통해 밀라노, 베니치아, 롬바르디아 등의 지방요리를 선보이며 '미국식 스파게티'로 한정되있는 이탈리아 요리의 자리찾기에 그가 있는 셈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나라 별로 성의있게 그리고 세련되게 셀렉션 된 와인 리스트를 만나는 즐거움, 그리고 이탈리아 최고의 커피 브랜드인 일리 커피의 깊고 고소한 맛 외에도 강원철 조리장이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통 이탈리아 쿠킹 클래스는 본 뽀스토를 좋은 장소로 만드는 또 다른 요소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클래식에 대한 고집, 번잡스러운 향신료의 맛이 아닌 정갈하고 담백한 이탈리아 정통 요리에 대한 고집은 '10년을 내다본다, 이제 겨우 2년째 일뿐이다'는 그의 말처럼 본 뽀스토가 언제나 '좋은 장소'이게 하는 아름다운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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