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 속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사찰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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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 오현아 기자

절에는 풍경이 있다.
색바랜 기둥이 때로 그윽한 화려함이 되기도 한다.

절에는 소리가 있다.
완벽한 정적이 때로 호젓한 고요함이 되기도 한다.

중앙 M&B 레저북 '100배 즐기기' 시리즈의 18번째 책으로 '산사(山寺) 100배 즐기기'가 나왔다. 전국 41개 사찰을 소개함은 물론 주변 명소와 맛집 및 숙박지 정보를 담고 있어 '산사 여행'에 알짜배기 길라잡이를 해준다.

또 전각과 불상, 탑 등 대표적인 문화재뿐 아니라 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어 산사의 매력에 흠씬 빠질 수 있다. 총천연색 화보와 실측 지도가 곁들여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강화 앞바다의 자그마한 섬, 석모도에 자리잡은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사찰. 경내에 들어서면 밑동 지름이 2m나 되는 향나무가 풍취를 더한다. 이 향나무는 한국전쟁 중에 죽은 듯 보이다가 전쟁이 끝나자 소생했다고 한다.

그 주변의 가볼 만한 곳으로 민머루 해수욕장과 석모도 해안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보문사의 여운을 뒤로 한 채 강화도 특산의 인삼막걸리로 컬컬한 목 축이고 붉은 낙조를 즐길 수 있다면 무박 여행으로 더 바랄 게 없을 터.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소양호와 오봉산 품 안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청평사도 추천할 만하다. 절 구조가 궁궐 형식과 흡사해 비가 와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대웅전까지 갈 수 있으며 절터에는 수로역할을 했던 5개의 맨홀이 남아 있다고 한다. 소양호 굽어보며 덕수궁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청평사 주변 구성폭포 위쪽에 자리잡은 3층짜리 공주탑에는 노국공주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당나라 태종의 딸 노국공주가 광대 청년에게 반하자 태종은 이 청년을 참형에 처했다. 환생해 공주의 몸을 감고 떠나지 않던 뱀이 청평사 회전문 앞에 이르자 갑자기 사라졌다. 공주가 청년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삼층석탑이 지금의 공주탑이라 한다.

어스름 걷히는 새벽 녘, 안개 낀 소양호 거닐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낭만적인 여행법. 이런 감상이 질척하게 느껴진다면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겠다. 사명산의 정기를 받아 위장병, 빈혈, 고혈압 등에 효과가 있다는 추곡약수 한 잔 시원하게 들이킨다면 일석삼조.

70%가 산으로 둘러싸였다는 우리나라에 좋은 산사가 어디 이 곳뿐이겠는가.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낙산사, 백마강의 슬픈 사연을 보듬는 고란사, 고려대장경을 모신 해인사, 핏빛 동백꽃이 부르는 선운사 등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푸르른 하늘로 단풍 붉게 타오르는 계절, 유혹하는 산사를 향해 떠나기만 하면 된다. 절의 고즈넉함이, 산의 넉넉함이, 여행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나의 몫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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