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사재 턴 장호배대회 '쓸쓸한 잔치'

중앙일보

입력

'한국테니스의 대부' 고 홍종문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사재를 털어 창설한 장호배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쓸쓸한 잔치'로 전락했다.

27일 대회 결승전이 열린 장충테니스코트는 선수와 관계자들만이 간간이 보였을 뿐 관중도 없는 코트에서 미래의 한국테니스를 이끌 고교선수들이 열심히 공을 쫓고 있었다.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장호배는 홍종문 전 회장이 테니스 꿈나무 발굴을 위해 사재를 털어 57년 창설한 주니어대회로 28년 역사의 소강배중고테니스대회와 함께 국내 테니스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특히 지난해 홍 전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미망인 이순옥씨와 자녀들에게 남긴 유언대로 사재 40억원을 털어 '장호체육진흥재단'을 세우고 의욕있게 새 출발했던터라 썰렁한 코트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권현국 재단 사무국장은 "대부분 아마추어 대회가 그렇듯 고등학교 대회를 보러오는 관중들이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번 대회는 언론도 냉담한 반응을 보여 서운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회가 열리는 시기도 국제대회인 벼룩시장배챌린저대회와 겹쳐 테니스팬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데다 테니스협회도 일손 부족으로 거의 신경을 쓰기 힘든 상황이다.

고 홍회장의 차남인 홍순모 재단 집행위원장은 "사재를 털어 장충코트를 짓고 평소 불우한 환경의 선수들이 운동에만 힘쓸 수 있게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은 아버님의 뜻이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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