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방사선량과 구름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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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높은 수치의 ‘방사선양’이 검출된 원전 반경 20㎞ 이내는 경계구역으로 정해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반경 20㎞를 벗어나도 기준치를 웃도는 ‘방사선량’이 측정된 곳은 출입을 통제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방사선의 양은 ‘방사선양’으로 표기할까, ‘방사선량’으로 표기할까? ‘방사선량’으로 쓰는 게 바르다.

 분량이나 수량의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量’의 본음은 ‘량’이지만 “정해진 양(量)만큼 가져가시오” “기업들의 폐업과 인원 감축으로 양산(量産)된 실업자만 12만 명이다”처럼 홀로 쓰이거나 말의 첫머리에 올 때는 ‘양’으로 적는다. 두음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본음대로 ‘량’으로 표기하면 될까? ‘量’이 어떤 말 뒤에 붙어 한 단어가 될 때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공급량(供給量)·정보량(情報量)’처럼 한자어 명사 뒤에 붙을 때는 한자음 그대로 ‘량’으로 적는다. 한자어 뒤에서의 ‘量’은 독립성을 띠지 않고 접미사처럼 사용되므로 한 단어로 인식해 본음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구름양·먹이양’ ‘벡터양(vector量)·오존양(ozone量)’처럼 고유어와 외래어 명사 뒤에 붙을 때는 ‘양’으로 적는다. 고유어와 외래어 뒤에서의 ‘量’은 하나의 독립된 단어로 보고 두음법칙을 적용해 ‘양’으로 쓰는 것이다.

 구분된 지면을 뜻하는 말인 ‘欄’도 마찬가지다. ‘광고란(廣告欄)·사설란(社說欄)’처럼 한자어 뒤에 붙을 때는 본음대로 ‘란’으로 적고, ‘날씨난’ ‘가십난(gossip欄)’처럼 고유어와 외래어 뒤에 붙을 때는 두음법칙을 적용해 ‘난’으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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