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강치구 노조위원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정현준(32)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함께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또다른 핵심인물인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56)씨가 지난해말부터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리한 유가증권 투자 및 주식담보 대출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동방금고 강치구(37) 노조위원장은 26일 "이 부회장은 지난해말부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인출과 예금자보호에 대비,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직원들의 건의를 무시한 채 무리한 유가증권 투자 및 주식담보 대출에 나섰다"면서 "건의를 하는 직원들은 인사이동을 시키거나 대기발령을 내는 식으로 조치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노조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경자씨가 경영전횡을 했다는데.
▶지난해 10월 이경자씨가 부회장직을 맡았는데 직원들에 대한 핍박이 심했다.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12층에는 직원들은 물론 이사들도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이 부회장은 또 취임한 뒤 유가증권투자 및 주식담보 대출을 무리하게 늘렸다. 사장-감사-이사가 정식 직계이고 부회장이란 직책은 비공식적인 것임에도 불구,사장(유조웅)은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실제 전권을 이경자씨가 행사했다. 자신에게 거슬리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인사조치로 대응했다. 특히 여신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에는 2∼3개월마다 인사이동을 했다.

- 이경자씨의 대출행태는.
▶ 유가증권 및 주식 담보 등의 방법을 통해 대출을 했다. 유가증권 담보 대출액은 500억∼600억원에 이를 정도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담보 및 개인택시담보 대출 등 `신용'을 담보로 한 대출이 주로 이뤄져 건실한 기반이 유지되었으나 그런 기반은 이경자씨가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무너졌다. 이 부회장은 손님을 직접 만나 주식담보는 사장을 통해 받고, 대출은 모르는 차주(借主)가 와서 받아가는 식으로 했다. 따라서 누가 실질적으로 돈을 빌려가서 쓰는 사람인지는 일반직원들은 알 수 없었다.

- 이 부회장과 정현준씨와의 관계는.
▶이 부회장과 정현준씨와의 관계는 처음에는 대주주 입장에서 동업관계 정도로만 알았으나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이 부회장과 정씨가 친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씨의 생활은 그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었고 직원들은 당연히 금감원 등 감독기관에서 검증된 인물인 것으로 알았다. 실제로 우리 노조는 이 부회장이 정현준씨와 부당대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지난
9월말에서야 비로소 알았다. 유가증권 대출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한도 범위내에서 이뤄진 합법적인 대출이라 해도 이것이 모두 차명계좌로 이뤄졌고 이것이 다시 대주주인 정현준씨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 부당한 것이다.

- 이경자씨와 정현준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정현준씨가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니까 불안하다 싶었을 것이고, 코스닥시장도 붕괴되니까 `이득 볼 것은 다 보았다'는 인식에서 돈을 받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정현준씨의 사설펀드에 동방금고 직원들의 투자는.
▶ 동방금고 직원 20여명 가량이 정현준씨의 사설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원들은 지난 7월께 한국디지탈라인(KDL)측을 통해 7억5천만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할 땐 야후나 라이코스처럼 평창정보통신이 알타비스타와 합작을 하니까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해서 직원들은 대주주가 하는 말이니 의심없이 사실로 알았고 사설펀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정현준씨의 동방금고 지분은.
▶ 지난 9월30일자로 주식매매계약을 통해 정현준씨의 지분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회장은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알고있다. 정씨가 건실한 기업가
라면 사채를 끌어다 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고리의 이자를 빌려쓰면서 이윤창출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정씨는 자기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정경유착,로비 등 벤처기업가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질러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씨는 자금쪽에 어리숙했고 결국 이경자씨에게 이용당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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