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실패 추궁 `3대 쟁점'

중앙일보

입력

26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의 3일째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자동차 매각실패가 가장 큰 이슈였다.

현대그룹 유동성위기를 따지기 위해 출석을 요구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박세용 전 현대상선 회장이 불참, 김이 빠진 데다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이 관련 증인으로 참석해 대우차 매각실패 문제에 의원들이 집중 포화를 가했다.

이날 회의에서 의원들은 대우차 매각실패와 관련해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경위 ▲포드의 인수포기 인지여부와 대응 미흡 ▲매각실패 문책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왜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선정했나= 의원들은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선정한 경위와 보증이행금을 설정하지 않은 이유를 추궁했다.

일부 의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위원회가 회의 시작 10분만에 포드를 선정했다'고 주장하며 이의 부당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포드를 단독 선정한 것은 `1차 제안서는 구속력이 없다'는 구조조정협의회와 채권단의 입찰규정에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며 '자동차업계의 건의를 무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단독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기아자동차 매각 때는 인수 희망가액의 10% 정도를 입찰보증금 형태로 겉도록 해놓고 대우차 매각에는 왜 이같은 장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일부 언론보도를 인용, '선정위원회가 회의 시작 10분만에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선정한 것은 이미 결론이 회의 전에 났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훈평 의원도 '토론없이 오호근 대우구조협 의장의 말만 듣고 회의시작 10분만에 대상자를 선정한 경위를 설명하라'고 거들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위원회는 2시간 넘게 회의를 했다. 10분만에 끝났다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반박하고 '대상자 선정은 대우구조협이 주도적으로 했다'고 답했다.

◇포드의 인수포기를 인지하지 못했나= 의원들은 정부와 채권단이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인식, 포드의 인수포기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민련 안대륜 의원은 '이 금감위원장은 포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드가 대우차를 포기하지 않고 인수할 것'이라고 너무 낙관적인 견해를 가졌고 결과적으로 대외신인도 하락을 야기했다'고 꾸짖었다.

이성헌 의원은 '포드가 비상임이사회를 하기 전날 대우 분식회계 특별감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포드가 대우차의 실사보고서를 불신,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이에 대해 '그같은 외신보도를 본 적이 있다'며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것은 파이어스톤타이어 리콜로 인해 유동성 부족을 겪은 것이 큰 이유라고 본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지적이 자국기업의 이해를 고려한 외국언론의 특성을 무시하고 이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사대주의적' 시각이 없지 않다고 비난했다.

◇정부 관계자가 매각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이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오호근 대우구조협 의장의 사퇴로 마무리된 대우차 매각실패 문책도 의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훈평 의원은 '포드의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채권단과 긴밀하게 업무협의를 하지 못했으므로 오 의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고 사표를 제출받은 것으로 대우차 매각실패 책임을 종결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도 '포드와 채권단간 협상 진행과정이 청와대와 금감위에 일일이 상의해서 이뤄졌는데도 금감위원장과 정부에 아무런 책임이 없단 말이냐'며 따졌다.(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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