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세팅 ,그 비밀을 엿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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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주얼리 하우스 반클리프 아펠이 2월 파리 방돔 광장에 주얼리 학교 ‘레콜 반클리프 아펠(L’E<0301>COLE VanCleef & Arpels)’을 개관했다. 주얼리 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디자인과 제작에 관련된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주얼리를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는 섬세한 직관을 길러주고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사실 반클리프 아펠의 ‘미스터리 세팅’은 주얼리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세팅 기술로 평가받는다. 꽃이나 새의 날개 등 넓은 면을 정확한 사이즈로 연마된 보석으로 덮어 표면에서는 보석을 물고 있는 금속이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지프 네클리스’ ‘포에틱 컴플리케이션’과 같은 독창적이고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주얼리와 시계가 탄생할 수 있었다.

강의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됐다. 스톤의 해석과 주얼리의 믹스 앤드 매치 등을 알아보는 1단계, 독창적 주얼리의 장인 기술 등을 알아보는 2단계 과정, 그리고 디자인과 제작, 공장 방문과 스페셜 오더 등을 경험해 보는 3단계가 여러 장을 통해 이뤄진다. 1단계와 2단계 강좌들은 선택적으로 수강할 수 있지만 3단계는 1단계와 2단계에서 2개 이상의 강의를 수강해야 들을 수 있다.

첫 수업은 2월 14일 오후 2시, 그러니까 밸런타인 데이에 방돔 광장 19번지에서 진행됐다. 입구에서 코트를 전달하고 올라간 2층은 18세기 프랑스 건축양식과 인테리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 높은 천장과 금색으로 장식한 벽과 마감 장식, 나무바닥(파르케)과 샹들리에가 뼈대있는 귀족의 성에 들어온 느낌을 줬다. 첫 수업에 참석한 아홉 명의 학생은 모두 여자였고, 주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두 명은 밸런타인 데이 선물로 남편이 등록해줘서 왔다고 했다.

레콜의 마리 발라네-들롬 학장이 환영 인사와 함께 첫 수업을 진행할 두 명의 교수를 소개했다. 첫 강의는 ‘주얼리의 역사와 영감’이었다. 이집트 시대부터 로코코, 바로크 시대를 지나 19세기, 아르누보, 아르데코, 전후 시대에 이르기까지 스타일을 분석하고 주요 작품들을 소개했다. 두 교수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토크쇼를 하듯 다이내믹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여러 장의 주얼리 엽서를 나눠준 뒤 스타일만 보고 시대를 구분해 보라고도 했다. 교수들은 이어 이 엽서를 교실 뒤편 6개의 삼각대 위 명화(초상화) 속 주얼리와 비교하며 수업을 이어나갔다. 방돔 광장 주변의 주얼리 하우스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학생들을 모두 발코니로 데려나가 매장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하기도 했다.
세공 수업이 진행될 체험 살롱, 토론과 심화교육을 위한 라이브러리도 맛보기로 보여줬다. 미스터리 세팅의 비밀이 벗겨질 체험살롱에는 세공 책상과 학생들이 입을 가운이 18세기 스타일 방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고, 라이브러리에는 주얼리 관련 화집들과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수업이 끝날 무렵 교수들은 이제까지 배운 시대별 주얼리의 실물을 가져와 뒷부분까지 돌려 보여주며 세팅 방식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박물관 소장급 주얼리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온 사람은 보안을 위해 줄곧 주얼리 옆에 서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수료증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에서 펴낸 주얼리 화집을 선물받았다.

한편 레콜은 최고의 인사들로 명예 자문위원단을 꾸렸다. 프랑코 콜로니(작가이자 역사학자, 제네바 고급시계 협회 대표, 밀라노 콜로니 예술가 재단 설립자), 헬렌 데이비드 웨일(파리 장식미술재단 대표), 아일린 구겐하임(고고미술학자, 프린스턴대 교수, 뉴욕 예술학교장), 앙리 로이에(루브르 박물관장), 알란 도미니크 페렝(까르띠에 문화재단 대표, 파리 쥐드폼 미술관 대표), 미셸 셰르(철학자이자 자연과학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스탠퍼드대 교수), 수잔 테넨바움 (유명 수집가, ‘주얼드 가든’ 저자), 니콜라 보(반클리프 아펠 부사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 발라네 들롬 레콜 학장 등이다.

파리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매거진 유럽 통신원·,주얼리 디자이너, 사진 반클리프 아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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