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페라리 리어카’ 끌다 진짜 페라리 모는 호날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1호 19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중국 자동차 치루이 모델로 나선 리오넬 메시(왼쪽). 이청용은 기아차 K7 모델로 활동했다. [기아자동차 제공]

수십억∼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사고 싶을까. 바로 비싸고 멋진 자동차다. 부(富)의 상징이자 남자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의 자동차에도 갖가지 사연이 있다. 광고 효과를 노린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스타 선수들에게 무료로 차를 제공해 언론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자동차 브랜드가 후원하는 팀의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같은 브랜드 자동차로 통일하는 게 관례다. 물론 팀 내 스타 선수는 예외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경우 비교적 가격이 낮은 국산 자동차를 탄다.

축구 스타의 마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는 18대가 넘는 차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매니어’다. 1년에 1~2대씩 사 집에 전시해둔다. BMW M6(약 1억8500만원)·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약 3억1000만원)·포르셰 카이엔(약 1억5000만원)·아우디 R8(약 2억2000만원) 등 전 세계 명품 자동차는 다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다.지난달에는 자신의 생일(2월 5일)을 기념하기 위해 ‘수퍼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샀다. 무려 5억7500만원이다.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2.9초고, 최고 속도는 350㎞다. 그러나 호날두에게는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연봉(약 170억원)의 3.4%에 불과하다.

그래도 호날두가 가장 아끼는 차는 페라리 시리즈다. 어린 시절 아픈 기억 때문이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유소년팀에서 뛰던 시절 호날두는 굴욕을 당했다. 호날두가 벌을 받을 때면 수레를 끌고 다니며 쓰레기를 치웠는데, 그 수레에 ‘페라리’라고 낙서가 돼 있었다. 친구들은 호날두가 그 수레를 끌고 다닐 때마다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조롱했다. 호날두는 “두고 봐라. 언젠가는 내가 진짜 페라리를 살 것이다”고 했고 꿈을 이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2월 5일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구입했다. 가격은 5억7500만원으로 시속 100㎞에 이르기까지 2.9초밖에 걸리지 않는 수퍼카다.

지난해에는 5억3000만원 정도인 페라리 599 GTO를 샀다. 차 뒷부분에 자신을 상징하는 ‘R7(호날두 7번)’ 문양을 새길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뛸 당시 페라리 F430(약 3억2000만원)을 몰고 훈련장에 가다 터널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차가 반파되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부상 없이 차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훈련을 해 화제가 됐다.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는 호날두에 비하면 검소한 편이다. 지금 타고 다니는 차는 아우디 Q7(약 1억3000만원)으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바르셀로나와 아우디가 파트너 관계라 무료로 차를 제공받았다.그의 차고에는 국내에 생소한 차가 눈에 띈다. 중국 브랜드 치루이다. 치루이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 대표로 뛴 메시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8강에서 자동차 강국 독일에 0-4로 대패해 스타일을 구겼다는 후문이다. 메시는 2011년 클럽 월드컵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일제 프리우스(약 400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국내에도 출시된 중형 세단 쉐보레 말리부(약 3100만원)도 있다. 메시가 보유한 차의 가격을 다 합해도 호날두의 페라리 한 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메시가 운전을 하는 모습은 자주 노출되지 않았다. 쉬는 날이면 집에 처박혀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을 하거나 DVD를 보는 게 취미라서다. 기껏해야 집과 훈련장을 오가는 정도다.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은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1938년 시골 마을 볼프스부르크에 폴크스바겐 공장이 들어왔고, 당시 노동자들이 만든 축구팀이 현재의 볼프스부르크다. 유니폼 가슴에도 폴크스바겐 마크가 크게 박혀 있다. 홈구장 이름도 폴크스바겐 아레나다. 경기장 주변이 온통 폴크스바겐 공장지대다.

그래서 볼프스부르크 선수들은 구단에서 제공한 폴크스바겐 차를 꼭 타야 한다. 지난해 1월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구자철(23·현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도 폴크스바겐을 타고 다녔다. 차 종류는 폴크스바겐 브랜드 내에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하지만 어딜 가나 말을 듣지 않는 선수가 있다. 브라질 대표팀 출신 미드필더 디에고(27)다. 지난해 볼프스부르크에서 뛸 당시 페라리·포르셰 등 자신이 구입한 차를 타고 다녔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직후 인터뷰에서 “디에고는 튀는 선수다. 훈련장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폴크스바겐이 아닌 다른 브랜드 차를 타고 다닐 정도다”고 했다. 결국 디에고는 2010∼2011 시즌이 끝나고 팀과 불화를 겪다 스페인 팀으로 떠났다

K-리그 전북 현대도 비슷한 케이스다. 현대자동차가 모기업이기 때문이다. 전북 훈련장 주차장에는 현대차만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대부분 현대차 한 대씩은 가지고 있다. 공격수 이동국(33)은 제네시스 쿠페를 끈다. BMW 시리즈가 한 대 있지만 훈련장 출퇴근용으로 현대차를 구입했다. 선수들이 현대차를 살 경우 20~30% 정도의 할인을 받는다.

2002 월드컵 이후 10년 동안 유럽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꼭 국산차 한 대는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에서 뛸 당시에는 월드컵 4강 진출로 받았던 현대자동차 그랜저XG를 탔다. 구단에서 제공한 벤츠 C180(최근 모델 가격은 약 4600만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2005년 잉글랜드 진출 후에는 기아자동차 쏘렌토와 구단에서 준 아우디 차량을 번갈아 가며 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지성의 애마는 호날두도 타는 포르셰 카이엔이다.

이청용(24·볼턴)도 국산 차만 타는 것으로 유명하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기아에서 제공한 쏘렌토를 탄다.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기아 K7을 타고 다닌다. 그는 기아차 광고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독일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20·함부르크)은 현대 베라크루즈를 협찬받았다. 하지만 면허증이 없어 직접 운전을 하지는 않는다. 아버지 손웅정(49)씨가 손흥민을 태워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손흥민의 2012년 목표 중 하나가 ‘면허증 따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