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불법대출 축소·은폐 의혹]

중앙일보

입력

금융감독원이 검찰수사의 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동방금고와 인천 대신금고 검사 축소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데다 불법대출 혐의가 적발된 뒤의 검사 및 처리과정에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갑작스럽게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면서 내부통제가 느슨해진 것 같다" 며 금감원을 손보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 동방.대신금고 검사 축소 의혹=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인천 대신금고(옛 신신금고) 검사를 나갔다. 당시 적발된 혐의는 출자자인 정현준씨와 이경자씨에 대한 대출과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 계열금고인 동방금고와의 불법 자금거래 등 세 가지였다.

검사팀은 출자자 대출 64억원에 대한 증거는 확보했다. 관련규정상 신용금고는 출자자에게 대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출자자는 아니라도 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일정규모 이상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인 여신한도의 경우 동방금고와의 거래관계를 추적하면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경우 출자자 대출과 동일인 여신한도 초과대출을 합치면 당시 대신금고의 자기자본(1백19억원)을 웃돌아 관계법령상 영업정지까지 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내찬 국장은 동방금고 연결검사 요구를 묵살했고, 대신금고측 관계자 징계수위도 낮춘 것이다. 금감원은 내규상 규정을 위반한 금고 관련자 징계는 張국장의 전결사항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나 직원의 징계가 전적으로 담당국장에게만 맡겨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로 인해 동방.대신금고 봐주기 검사에 張국장의 상급자들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동방금고도 1999년 2년 만에 한번씩 하는 정기검사를 받도록 돼 있었으나 서류상으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점검만 받고 검사는 피했다.

금감원은 "동방금고는 BIS비율이 18%대였던 데다 대주주가 바뀐 지 1년이 안돼 검사 면제대상이 됐다" 고 해명했다.

◇ 허술한 검사.늑장 수사의뢰=금감원이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혐의를 포착한 것은 지난 9일께라고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밝힌 바 있다.

2주일 동안의 검사 후 지난 23일 새벽 금감원이 검찰에 제출한 두 금고 사장과 정현준씨 고발장은 A4용지 단 석장이었다.

그나마 출국금지 요청을 하지 않아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은 21일 외국으로 도피해 버렸다. 금감원은 "금감원이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데는 까다로운 요건이 있어 검찰에 출국금지가 필요한 사람을 알려줬다" 고 설명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금감원 장내찬 국장에 대한 늑장 조사도 지적된다. 동방금고 노조가 금감원에 제보한 것은 21일 오후였다. 22일 張국장을 조사했더라면 수뢰사실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23일 정현준씨의 폭로로 張국장의 수뢰혐의가 밝혀진 뒤에야 張국장의 소재파악에 나섰으나 이미 잠적한 뒤였다.

◇ 금감원 임직원 연루 가능성=검찰쪽에선 "금감원의 태도를 보면 내부 관계자가 발견되니까 서둘러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는 말을 벌써부터 흘리고 있다.

무엇보다 동방.대신금고에 대한 검사 축소가 張국장 혼자 내릴 수 있는 결정이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임원급이 연루된 게 아니냐" 는 얘기가 새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고위급 인사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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