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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분열 중 … 틈새 파고드는 박세일의 ‘국민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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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전여옥 의원(왼쪽)이 탈당 후 국민생각에 입당했다.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국민생각으로 건너간 첫 번째 현역의원이다.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가운데)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전 의원 입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이신범 국민생각 최고위원. [연합뉴스]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뭉치기로 한 데 비해 보수정당에선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균열의 진원지는 박세일 대표가 이끄는 ‘국민생각’이다. 국민생각은 9일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의원을 영입하면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새누리당을 탈당한 현역의원은 허천(춘천)·이윤성(인천 남동갑) 의원에 이어 전 의원이 세 번째다. 세 명 모두 이명박계다.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보수학살극이었다”고 비판한 뒤 “무너져가는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새누리당을 탈당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생각에 합류하는 새누리당 탈당 의원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온 박 대표는 “양당 독식 정치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찾자는 생각을 가진 동지들을 광범위하게 모시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05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시절 당시 박근혜 당 대표의 행정도시법(세종시) 찬성 입장에 반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국민생각은 공천 발표도 늦춘 채 새누리당 탈당파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의 컷오프 탈락 의원만 30여 명에다 전략공천으로 탈락할 의원도 상당수여서 ‘탈당 자원’은 충분하다. 박 대표는 새누리당 공천에 탈락한 진성호·강승규·윤석용 의원 등에게 ‘러브 콜’을 보내는 한편 공천이 불확실한 안상수 전 대표와도 접촉 중이다. 특히 국민생각은 5석 이상을 확보한 뒤 자유선진당(15석)과의 합당을 통해 제3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생각 관계자는 “박 대표와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사이에 합당에 대한 기본 합의는 이뤄져 있지만 자유선진당 측에서 우리가 먼저 의원 5명을 채울 것을 요청해 합당 선언이 연기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자유선진당+국민생각’의 신당이 출현할 경우 국고보조금 60억~70억원 이상을 타낼 수 있다.

 김덕룡 전 의원도 박 대표와 함께 보수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정운찬 전 총리, 안상수 전 대표 등을 만나 보수 신당 참여를 권유했다. 이미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와도 교감을 나누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도 만나 연대를 제안했으나 한 전 대표는 난색을 표시했다고 한다.

 현재로선 박세일 대표와 김덕룡 전 의원이 따로 움직이고 있지만 결국 한 묶음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대표는 이미 서울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고, 김 전 의원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초을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생각이 제3 세력의 입지를 구축해도 과거 자민련이나 친박연대처럼 총선 때 큰 파괴력을 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여론조사기관 R&R의 배종찬 본부장은 “국민생각은 정당의 고유 지지층이 형성돼 있지 않고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를 재활용하는 선거전략이어서 국민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합지에선 국민생각 때문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새누리당의 고민이다. 현재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선 국민생각 후보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3~4%만 가져가도 판세가 뒤집히는 곳이 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수희·권택기 의원 등 주요 측근이 대거 공천에 탈락한 이재오 의원의 거취도 변수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만약 이 의원이 공천 결과에 반발해 자신의 계보와 함께 집단 탈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새누리당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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