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수석대표 뉴욕 물밑 접촉 물 건너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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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기대를 모았던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간 뉴욕 물밑 접촉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며 연일 남한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평양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7~9일(현지시간)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 행정대학원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뉴욕에서 열고 있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엔 6자회담 남북 수석 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나란히 참여했다. 숙소도 같아 세미나 기간 동안 자연스러운 물밑 접촉이 기대됐다.

 그러나 7~8일 이용호 부상을 접촉해본 한국대표 임성남 본부장은 벽에 부딪쳤다. 이 부상의 태도가 당초 예상과 달리 극히 냉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담판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 때문으로 보인다. 이 부상은 8일 세미나에서 한술 더 떴다. 그는 “선(先) 북·미 관계 개선 후 북핵 해결’의 새로운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임 본부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선 북한이 지난달 29일 북·미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남북대화에 응하라”고 맞섰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은 “과거 동독과 미국이 수교한 것도 서독의 양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북·미 관계도 풀기 어렵다”고 한국 정부를 거들었으나 이 부상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본부장은 애초 10일 예정된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토론회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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