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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과잉보호가 사랑스러운 자식을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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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미국에 사신다는 한 독자분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지난주 이 자리에 쓴 ‘친구 같은 부모도 좋지만 그보다 우선인 것은 부모다운 부모 아닐까’란 글을 읽고 공감이 가 몇 자 적는다며 한국 자녀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글을 보내주셨다.

 독자분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면서도 때로는 부모답게 엄한 훈육을 병행해야 자식도 부모를 존경하게 된다”며 “응석받이에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모르는 아이로 키우면 그 아이가 커서는 패륜이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부모가 간과해선 안 된다”고 하셨다. 요즘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걱정이 많다면서 가정교육이나 예의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언론이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셨다.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란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0여 년 전 일이다. 한국에서 26년간 생활한 일본인 사업가 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가 작심하고 한국인의 문제점을 질타한 책이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더 벌어지고 있다”는 등 몇 가지 대목은 지금으로선 동의하기 어렵지만 자녀 교육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한 부분은 다시 봐도 100% 수긍이 간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친구랑 싸움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어머니는 누구랑 싸웠는지 묻고는 다짜고짜 자신을 그 집으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코피가 터졌든, 입술이 찢어졌든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과 그 부모에게 사과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야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줬다고 한다. 한국 부모도 아이를 앞세워 상대방의 집을 찾아가는 것까지는 같지만 사과를 하기보다 “아이를 어떻게 키웠길래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이 꼴로 만들어 놓았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바람에 아이 싸움이 곧잘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설사 자신이 잘못했더라도 뒤에 부모가 버티고 있고 부모는 언제, 어디서나 자기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식을 망치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예의와 공중도덕을 지키는 것은 붙잡고 앉아서 가르친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가정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배가 고파 굶어죽을지언정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 절제와 염치를 알게 된다.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급생들의 돈을 빼앗고 폭력을 일삼아 문제가 된 10대 학생들이 피해학생 부모에게까지 폭력을 휘둘러 입건되는 경우까지 생겼다. 정부가 나서서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런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정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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