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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조선분쟁 왜 벌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한국과 유럽간 조선(造船)분쟁이 재발할 조짐이다.

25일 유럽조선협회연맹(CESA)이 현대.삼성.대우 등 국내 조선업체를 불공정 경쟁혐의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제소함에 따라 양측간에 한바탕 공방전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재 세계 조선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45%라는 유례없는 '싹쓸이' 를 하고 있는 상태.

상대적으로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EU 조선국가들의 점유율이 모조리 5% 이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EU는 그동안 제소하겠다는 위협도 하고, 수주물량을 조금만 자율 감축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으나 국내 업체들에 별로 먹히지 않았다.

산자부와 국내 업체들은 이번 제소에 대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른 업종과 달리 조선업계는 해운사들이 대부분 파나마.기아나 등 제3국 국적을 빌려 선박 발주를 한다.

수출국.수입국의 개념이나 통관이라는 과정이 없어 당장 별다른 규제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U 업체들이 반덤핑관세 부과나 세이프가드같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단순히 불공정 경쟁이란 막연한 항목(TBR조치)으로 제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EU 집행위의 조사과정을 거쳐 세계무역기구(WTO)에 다시 제소하고, 여기에서 불공정 혐의가 나온다 해도 WTO 규정상 마땅한 제재수단은 없다.

문제는 EU가 향후 WTO에 제소할 때 대우조선의 워크아웃이나 삼호(한라중공업 전신)의 법정관리 등을 채권단이 공동으로 자금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조금' 으로 거는 경우다.

우리 업계는 "오히려 유럽이 각국 조선업체에 평균 9%의 직접 보조금을 주는 상황에서 말도 안된다" 며 맞제소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문제는 피해를 본 국가만 거론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마땅치는 않다.

또 WTO에서 일단 '보조금' 으로 간주할 경우 EU는 이를 근거로 WTO 규정에는 위배되지만 '컬러TV 관세 부과' 와 같은 엉뚱한 보복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흑자가 나고 있는 마당에 덤핑이니 어쩌니 하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협상 여지가 많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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