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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량문 봉안한 채, 길이 7미터 소나무가 올라 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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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숭례문 복원 상량식이 8일 오후 열렸다. 복원 관계자들이 지붕을 받치는 부재(部材)인 뜬창방에 상량문을 넣고 있다. 왼쪽부터 신응수 대목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찬 문화재청장. [권혁재 사진전문 기자]

“우리의 반성과 기원이 담겨 있기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될 숭례문은 화재로 소실된 아픔을 넘어서 밝음에 밝음이 겹쳐 더욱 밝아지고, 불에 불이 겹쳐져 뜨겁게 타오르듯, 힘차게 웅비하는 우리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게 될 것이다.”

  8일 오후 숭례문 복구 상량문(上樑文)이 낭독됐다. 서울 숭례문 복원현장서 열린 상량식에서다. 상량은 목조 건축물의 최상부 재료인 ‘종도리’를 올리는 일이다. 지붕이 올라가기 직전에 해당하는 단계다. 상량을 한다는 것은 해당 건축물의 완공이 임박했음을 뜻한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길이 7m 소나무 부재(部材)가 천천히 올라갔다. 높이 올라간 소나무는 다시 천천히 뒤로 움직여 사뿐하게 양쪽에 놓인 나무 기둥의 홈에 끼워졌다. 주위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천천히 올라간 소나무는 종도리를 받치는 뜬창방이다. 표면에 상량식 날짜를 적은 이 나무에 홈을 파 상량문을 봉안(奉安)했다. 뜬창방엔 앞서 5일 서예가 정도준 씨가 ‘2012년 3월 8일 복구 상량’이라 휘호(揮毫)했다.

  상량을 축하하는 고유제(告由祭)가 이어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6호인 종묘제례보존회가 진행했다. 조선 시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근거해 치렀다. 건국대 성태용(철학) 교수가 짓고 정도준 씨가 쓴 상량문도 낭독됐다. “누구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었다.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소홀하게 방치하였던 우리 모두의 책임이었다”라는 구절에서는 참석자들 모두가 숙연해졌다. 이 상량문에는 숭례문을 복원하게 된 경위와 내역, 관계자 명단 및 축원이 담겼다.

  행사에는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전통방식 그대로 짜맞추는 문루(門樓) 조립이 끝나고, 전통 기와가마에서 생산된 기와를 잇고, 천연안료로 칠하는 단청공사가 마무리되면 올 연말, 숭례문은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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