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신용카드, ARS로 해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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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고객님, 안 쓰는 카드라도 그냥 두세요. 5년간 연회비를 무료로 드릴게요.”

 앞으로 신용카드사 상담원의 이런 안내는 듣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1년 이상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를 정리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신용카드사가 해지 절차를 간편하게 바꿨기 때문이다.

8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신용카드 이용자는 상담원과 통화하지 않고도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신용카드를 해지할 수 있게 됐다. ‘카드 해지’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면 휴면카드가 있을 경우 바로 해지 신청 여부를 묻는 음성 안내로 연결된다. 주민등록번호(또는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눌러 자동으로 해지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안 쓰는 카드를 바로 정리할 수 있다.

지금껏 카드사는 안 쓰는 카드를 해지하겠다는 고객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애를 썼다. 일부 고객 사이에선 이 점을 악용해 연회비 면제·포인트 적립 등 갖가지 혜택을 얻어내는 ‘해지 신공(神功)’이라는 수법이 생길 정도였다. 카드사 입장에선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해 언제라도 카드를 쓰도록 하는 편이 낫다. 그러다 보니 휴면카드는 점차 늘어 2008년 2572만 장에서 지난해(9월) 3218만 장으로 25% 이상 늘었다. 전체 카드 네 장에 한 장꼴이다. 최현 여신금융협회 카드부 부장은 “이번 개선으로 3월 말까지 전체 휴면카드 수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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