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본 정몽구 한마디에 수행원들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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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앞·뒷문 다 열어봐.”

 7일(현지시간) 오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장을 찾은 정몽구(74·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정 회장은 40여 분간 넓은 전시장을 둘러보며 주요 경쟁사의 제품을 만지고 들여다보며 기술 현황부터 디자인·가격까지 꼼꼼히 챙겼다. 이 통에 양웅철 현대·기아 연구개발 총괄부회장 등 현장 수행원들이 진땀을 쏟아야 했다.

 정 회장의 관심은 소형·친환경차에 집중됐다. 특히 1000㏄ 소형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미국 포드의 소형차 ‘B-맥스’의 뒷문을 열어보며 “짐이 많이 들어가겠다. 의자 시트를 깨끗하게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각 브랜드의 친환경 기술도 정 회장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아우디 A3의 TCNG(천연가스) 엔진을 살폈고 BMW의 3시리즈·X5 등을 보며 유독 “가격이 얼마냐”고 묻기도 했다.

 정 회장은 기아차 부스에 마지막으로 들러 “앞·뒷문, 보닛 다 열어보라”고 지시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 레이EV의 뒷좌석에 앉아 “나도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 공간이 넓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성능만 이상 없다면 하여간 빨리 나와야 한다”며 시장 출시를 재촉하기도 했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컨셉트카 ‘트랙스터’를 보며 “모양은 좋은데 앞유리 때문에 공기 마찰이 심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러 시험을 거쳐 문제 없이 만들었다”는 윤선호 기아차 디자인센터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 회장은 전시장 방문에 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연구소 임원을 불러 세 시간가량 기술개발 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날 모터쇼 참관을 마치자마자 전용기를 타고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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