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 드러난 검은 커넥션]

중앙일보

입력

'사채업자와 벤처기업인의 결탁. 여기에 방패막이가 돼준 금융감독원 간부' .

서울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소위 '정현준 게이트' 의 실체다. 그동안 벤처바람의 뒤편에서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검은 커넥션의 실체가 이번 사건으로 처음 드러난 것.

핵심인물인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은 이 커넥션에 정.관계 인사들이 얽혀 있을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사하고 있어 파장은 갈수록 확산될 전망이다.

사채업자와 벤처기업인의 커넥션은 1998년 하반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자리잡자 명동 사채업자들이 대거 벤처시장으로 옮겨가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KDL 鄭사장이 사채업자였던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을 만난 것도 98년 3월 鄭사장이 KDL 어음을 이씨에게서 할인받은 게 계기가 됐다.

당시는 막 코스닥시장이 불붙기 시작할 무렵으로 鄭사장은 李씨와 같은 사채업자의 돈을 끌어다 코스닥 등록 직전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등록 후 수십배로 뻥튀기하는 방법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사설펀드를 이용한 주가조작도 공공연하게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금감원 장내찬 국장의 주식투자 손실도 사설펀드 투자에서 생긴 것이었다.

금감원 張국장은 옛 신용관리기금 출신으로 99년 7월 1일~올해 3월 14일까지 금고 경영을 감시하는 비은행 검사1국장을 맡아왔다.

張국장 재임시절인 99년 동방금고는 2년에 한번씩 받게 돼있는 정기검사를 받을 차례가 됐으나 대주주가 태평양그룹에서 정현준씨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검사를 피했다.

이 때문에 동방금고는 97년 이후 금감원 검사를 한번도 안받았다. 동방금고와 張국장의 커넥션이 이때부터 이미 형성돼 있었을 것이란 추측도 이래서 나온다.

張국장의 수뢰사실은 감독당국과 감독대상인 금융기관간에 있어서는 안될 유착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이런 공생관계가 존재하는 한 공적자금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감독대상과의 검은 거래를 단절할 수 있는 감독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위평량 정책부실장은 "張국장의 수뢰사실은 충격적인 일" 이라며 "재발을 막기 위해 공무원의 주식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감독기관의 자체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張국장은 '빙산의 일각' 이란 인식이 지배적이다.

張국장이 투자했던 평창정보통신도 정치권 실세가 배후에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기회에 사채업자와 벤처기업, 그리고 이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정.관계 실세의 커넥션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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