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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애의 대치동 교육 통신] ‘돼지엄마’가 팀원 선택, 학원 안 끼리끼리 수업 있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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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이미애
샤론 코칭&
멘토링 연구소 대표

대치동 거리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커피숍에 엄마들이 모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엄마는 이야기를 하고 다른 엄마들은 열심히 메모를 한다. 귀중한 정보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분위기가 자못 심각하기까지 하다. 아마 학원 팀 수업을 의논하는가 보다. 팀 수업은 학원의 맞춤식 수업을 말하는데, 학교별·수준별 강의가 가능하다. 일명 ‘돼지엄마’라고 불리는 대표엄마가 수업할 학생들을 모으고 강사와 학원을 선택한 후 학원 책임자와 수업료·수업시간 등을 결정한다. 대표엄마는 대개 학급 회장 엄마나 1등 엄마가 맡는다. 이들을 왜 ‘돼지엄마’라고 하는지 그 어원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여러 마리의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돼지의 이미지가 한몫했지 싶다.

 대표엄마들에게는 대개 경제적인 혜택이 따른다. 학원에서 돼지엄마에게 리베이트를 주거나 학원비를 대폭 할인해 주는 게 보통이다. 팀당 수업료가 정해지면 ‘n분의 1’로 수업료를 모아 지불한다. 팀에는 들어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먼저 대표엄마가 실력이 비슷한 학생을 고르고 일일이 엄마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타진한다. ‘콜’을 받은 엄마는 기뻐서 수락하기도 하고 사정에 따라 거절하기도 한다. 전화 한 통 못 받은 엄마는 다른 엄마로부터 전해 듣고 기분이 나빠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막상 팀에 들어간 엄마들도 마음 편히 탈퇴할 수 없어 냉가슴을 앓기도 한다. 10명이 팀 수업을 하다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남은 사람들의 수업료가 인상되기 때문이다. 팀 수업은 주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일반고의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대치동 유명 학원의 수·토요일 팀 수업은 대원외고 우선으로 진행된다. 대원외고 학생들이 수요일 오후에 일찍 귀가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원에선 수요일 저녁에는 일반 강좌를 열지 않는다. 학원 전단지에 ‘수요일 수업(마감)’이라는 문구가 유독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팀 수업의 수업료는 4회 수업에 300만원 정도다. 팀원이 10명이면 한 사람이 30만원씩 내면 된다. 학원의 일반 강좌 수업료가 주 1회 수업 기준으로 월 20만~25만원 정도이니, 팀 수업이 약간 비싼 편이다. 팀은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 중심으로 꾸리는 게 이상적이지만, 인원이 부족하면 실력 없는 학생을 집어넣기도 한다. 여기에서 팀 수업의 폐해가 발생한다. 일부 학생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수업은 확산 중이다. 고등학교 종류가 다양하고 학교별 진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을 소수로 모아 학교 일정에 맞춰 수업을 해준다는 점에 엄마들이 솔깃해한다.

 이런 팀 수업에 끼기 위해서는 평소 엄마들끼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어울려 둘 필요가 있다. 요즘 오전 11시 무렵 대치동 식당가는 분주하다. 새 학년 반모임이 만들어지는 시기여서다. 대치동에서 가장 싫어하는 엄마의 유형은 ‘얌체 같은 엄마’다. 자신이 필요할 때만 지나치게 친한 척해 알고 싶은 정보만 얻어가는 경우다. “우리 아이는 학원 안 다녀요” 하며 자기가 갖고 있는 학원정보는 절대 안 알려주면서, 다른 사람의 정보만 원하는 엄마들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또 인색한 엄마들도 인기가 없다. 명품가방 자랑은 하면서 커피값·밥값 절대 안 내는 엄마들이다. ‘돼지엄마’들도 너무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아 팀 만들기가 어려워진다. 일부 돼지엄마들은 수험생 영양식·영양제 등을 팔아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이 친구 엄마로서 만났지만 서로 가까운 곳에 살다 보니 오랜 만남으로 이어지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큰아이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7년 만났던 아이 친구 엄마들과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 엄마들 역시 든든한 친구를 얻은 셈이 됐다. 오늘도 대치동 곳곳에 엄마들이 모여 있다. 내 아이 잘 키우려고 모임에 나왔지만 운이 좋으면 평생 친구를 만날 수도 있으니 찬찬히 둘러보시면 어떨지.

이미애 샤론 코칭&멘토링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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