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아버지 밥 딜런을 노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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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딜런이 이끄는 밴드 월플라워스의 75분짜리 새 앨범 '브리치'(Breach)
는 평범한 로큰롤 앨범이지만 귀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처음 들을 때는 수록곡들의 본고장 로큰롤식 기타 음색이 이 5인조 그룹의 전작 '브링잉 다운 더 호스'(Bringing Down the Horse)
와 별로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브링잉 다운 더 호스'는 1995년 출시돼 5백만 장이나 팔렸지만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에 팝계의 환경은 1백80도 바뀌었다. 스틸 기타에 단순하고 솔직한 곡조,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보컬이 특징인 월플라워스는 록의 정가운데 위치한 그룹이다. 이상하게도 꾸밈없는 로큰롤을 구사하는 이들 밴드는 요즘의 음악 시장에서 아주 새롭게 들린다.

또 이번 앨범에서는 제이컵이 마침내 포크계의 전설인 밥 딜런의 아들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할 용의가 생긴 것 같다. '브리치'에는 졸음이 오는 간주 부분이 있는데 그룹이 느린 음조를 토해낼 때면 아예 불끄고 자라고 하는 느낌이다. 그러나 제이컵은 자신이 일곱 살 때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에게 자주 눈을 돌리고, 그런 순간마다 그의 곡은 에너지를 얻는 듯 힘이 느껴진다. 아버지를 노래하면서 제이컵은 감사와 후회, 공격성과 유머 감각을 번갈아 드러낸다. 그러나 전혀 거칠지도 공허하지도 않다. 그리고 참신하다.

느린 로큰롤 곡인 '핸드 미 다운'(Hand Me Down)
에서는 숭배하는 밥 딜런의 아들을 조롱조로 바라보는 수백만 밥 딜런 팬들의 목소리를 빌려 온다. 가사가 워낙 노골적이라 제이컵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낄낄대는 소리가 들릴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것이 네 잘못은 아니지/네가 우리 모두를 망신줬다고 해도 말야/너는 아버지의 후광이 전부야/네가 안 보이는 게 더 낫겠어/넌 기분이 좋고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보여/그러나 우리가 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거야."

월플라워스의 두번째 앨범 '브링잉 다운 더 호스'에 대해 비평가들과 밥 딜런의 팬들은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아보려고 제이컵의 가사를 샅샅이 파헤쳤다. 그러나 그런 내용은 없었다. 우리는 혈육의 그 무엇을 확인하고 싶어했지만 제이컵이 협조하지 않았다. '브리치'에서 그의 가장 교묘한 점은 우리를 또다시 속인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딜레마는 건드렸지만 복수전은 피하면서 말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커다란 푸른 눈으로 적들을 내려다보며 미소 짓고 윙크하는 제이컵을 보는 일이 훨씬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Devin Gordo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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