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월드] 'CD를 위한 애상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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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티즌들이 인터넷 상에서 가장 빈번히 찾는 검색 테마가 '섹스' 와 '건강' 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로운 테마가 추가됐다. 바로 '음악' 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MP3라는 형식으로 압축된 음악이다. MP3에서는 1분 길이의 음악이 약 1메가바이트의 데이터가 된다. CD의 약 10분의1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미 전세계 시장에는 MP3 플레이어가 다수 나와 있다. 주머니 속에 넣는 것, 혁대에 장착하는 것,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것, PC에서 작동시키는 것, 휴대전화와 기능이 결합된 것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가 있다.

미국에서 나와 있는 자동차 장착용 MP3는 현재 7천곡을 수록할 수 있는 용량을 지니고 있다. 차세대 규격의 MP4가 곧 등장하면 압축률은 더욱 향상돼 1만곡 이상 수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 증가까지 뒤따르면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다.

현재 MP3 형식의 음악 데이터를 배포하는 사이트는 굉장히 많다. 상당수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이트가 폐쇄되는 경우도 많지만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곡을 못 찾는 경우는 일단 없다고 봐도 된다.

MP3 보급으로 인해 CD 판매가 타격을 입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음반업계에 더 치명타가 되는 것은 소형 MP3플레이어에 10메가비트/초의 전송속도를 지닌 적외선 포트가 탑재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사람 혹은 같은 커피숍에 있는 손님끼리 몇시간 분량의 무료 음악 데이터를 1분도 채 안돼 주고받을 수 있다.

게다가 사무실이나 집에 돌아오면 그 데이터를 다양한 기기에 업로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CD나 테이프를 사겠는가. 아마 소수의 수집가들에 불과할 것이다.

현재 소수의 매니어들이 CD나 테이프 대신 예전의 애널로그 레코드(LP) 를 수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CD와 음반 테이프 시장의 붕괴는 필연이다.

음반업계는 10여년 전 아날로그 음반에서 CD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당시 엄청난 가격인상 효과를 누리며 환호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MP3에 맞서 암호화 기술 등을 통해 기득권을 지켜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그 가능성은 매우 작다.

이제까지 암호화와 복제방지를 위한 실험은 끊임없이 시도됐지만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시스템이 발표되면 바로 며칠 후 그것을 의미없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인터넷에 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음반업계는 이제 황혼을 맞고 있다.

일본 주간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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