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탈락 김현철 "1인 쿠데타적 공천 사기극…참 가소로운 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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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左), 전여옥(右)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장이 현역의원에게 공천 칼날을 휘두른 5일. 그의 칼에 베인 당사자들은 “학살” “보복”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몽준 의원과 가까운 전여옥(재선·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되자 “(나의) 경쟁력이 뛰어난데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건 분명한 정치적 보복이며 새누리당이 박근혜 사당(私黨)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측근이었다가 관계가 틀어진 데 대한 보복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것이 박 위원장의 그릇”이라고 쏘아붙였다. 정몽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위원장에게 비판적이던 의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공천이라면 지도부는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전 의원에 힘을 실었다.

 경남 거제에서 탈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더 노골적으로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공천을 빌미로 한 1인 쿠데타적 공천 사기극”이라며 “(박근혜계가) 교활하고 분열 공작적으로 일부 상징적 인물만 살리고 나머지는 다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한 박 위원장을 향해 “참 가소로운 일이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 시절부터 반성·사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의원들은 여론조사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현역 의원 ‘컷오프(하위 25% 공천 배제)’ 여론조사 결과로 전략지역이 가려졌다는 얘기가 공천위 주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재오 의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재선·서울 성동갑) 의원은 “나는 컷오프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뭔가 배경이 있지 않나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모든 의혹을 씻어주려면 컷오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지호(초선·서울 도봉갑) 의원도 “권영세 사무총장 본인의 수치가 너무 나빠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풍문이 여의도 바닥에 쫙 퍼져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홍원 위원장은 “(자료 공개는) 개인의 명예와 관련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못 박았다.

 이날 공천에 대한 반발은 주로 이명박계에서 튀어나왔다. “이명박계 학살”(진수희·신지호 의원)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한 이명박계 의원은 “핵심은 살려놓고 나머지 수족은 다 자르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거물급(이재오·정몽준)은 공천을 주고 그 아래는 치는 전략이란 얘기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공천 결과에 대해 공식언급을 않고 침묵했으나 내부적으론 전직 참모들이 한 명도 공천을 확정받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현직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이처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공천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에서의 당·청 관계가 사실상 이별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종로에 도전장을 냈다 탈락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무소속 출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성향 중도신당인 ‘국민생각’의 박세일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와) 또 하나의 연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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