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허광태 인사갈등 2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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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SH공사 사장 선임 문제로 허광태(57) 서울시의회 의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모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H공사는 7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서울시내 도시정비·뉴타운 사업 등을 하고 있다. 25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부채 중 17조원이 SH공사 부채여서 박 시장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 산하기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5일 “지난달 실시한 SH공사 추천위원회의 추천은 박 시장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조만간 재공모해 새로운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SH공사 사장추천위원회는 박 시장이 내정한 최항도 전 기획조정실장을 탈락시키고, SH 전·현직 관련 인사 두 명을 박 시장에게 추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시 의회에서 추천한 심사위원 3명이 최 전 실장에게 일제히 최하점을 줘 탈락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 시장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본지 3월 5일자 6면>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시 의회에서 추천한 심사위원 3명이 약속 한 듯 최 전 실장에게 최하점을 주고, 특정 후보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방법으로 전체 심사위원의 뜻을 왜곡했다”며 “이는 시의회 특정 간부가 특정 인사를 밀기 위해 무리하게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SH공사 사장추천위원회는 서울시의회가 추천한 심사위원 3명을 비롯, 서울시 추천 위원 2명, SH공사 2명이 심사에 참여했다. 시의회 추천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시의회 간부 한 명이 모든 심사위원을 선정한 것은 그동안의 관례를 깬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이런 절차적 문제점 외에 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이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며 재공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공모 때는 일부 심사위원의 평가 왜곡을 막기 위해 점수 상·하한선을 두는 방법 등의 개선안을 마련해 다시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추천위원회를 거쳤는데도 재공모를 하게 되면 시의회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광태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 사람(최 전 실장)이 떨어진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지 시 의회가 반대해 떨어진 게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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