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우리 유전’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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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5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 석유공사(ADNOC)’ 사옥에서 열린 UAE 유전 최종 본계약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알다흐리 ADNOC 사무총장. [아부다비=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사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가 유전 3곳에 대한 공동운영 계약을 체결한 5일(현지시간) 오전. 양사의 계약서 서명식이 끝나자마자 현지 한국 대표단의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아부다비 왕세자가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등 한국 대표단을 궁으로 초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왕세자가 사업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 대표단을 궁으로 부른 것은 이례적이다. ‘말이 곧 법’으로 통하는 왕세자가 계약을 인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왕세자 무함마드 알나흐얀(Mohammed Al Nahyan·41)은 “한국과 3년에 걸친 협의 끝에 본계약 체결이란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양국의 공동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환담을 하는 정도였지만 계약 내용을 책임지고 이행할 것이라는 대외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UAE 유전 개발에 처음으로 나서게 됐다. 한국석유공사와 GS에너지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ADNOC가 소유한 육상 광구 2곳과 해상 광구 1곳의 원유를 캘 수 있는 권리 40%(석유공사 34%, GS에너지 6%)를 보유, 공동 운영하게 된다. 계약기간은 30년으로 우리나라의 투자비는 20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3개 유전의 원유 부존량(발견 원시부존량)은 5억7000만 배럴로 추산된다. 석유공사는 이르면 201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하루 최대 4만3000배럴의 원유를 캐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지분에 따라 우리 측은 하루 1만7000배럴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비상시에는 생산되는 원유 전량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았다. 특히 육상 광구 2곳은 아부다비 전체 면적의 1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석유공사는 주변 탐사를 통해 새로운 유전을 더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는 978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세계 6위 석유 부국이다. 원유 품질을 측정하는 방법인 API 기준 UAE의 석유는 35도, 다른 중동지역 평균(30도)보다 높은 품질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중동에서 해외 기업에 유전을 개방하는 나라는 UAE와 이라크뿐이다. 그만큼 치열한 세계적인 개발참여 경쟁을 뚫고 계약을 맺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은 “유전개발의 ‘프리미어리그’ 격인 UAE에 미국·영국·프랑스·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진출하게 됐다”며 “이번 계약이 현재 UAE와 진행 중인 10억 배럴 이상 생산 유전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협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B “에너지 안보 큰 발”=이명박 대통령은 UAE 유전개발 계약 직후 “이제 중동에 ‘우리 유전’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더욱 안정적인 원유공급을 보장받게 됐고 에너지 안보에 큰 발을 내딛게 됐다”며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지역에서 제2의 중동붐을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으로 예정됐던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하루 미뤘다. UAE 계약 건을 연설에 담고 싶어서였다. 이 대통령이 이렇듯 애착이 있는 건 이번 일이 2010년 초부터 직접 챙긴 ‘대통령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곽승준 위원장, 기획재정부 출신인 박수민 미래위 총괄기획국장 등의 비밀작업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3개 광구에 대해 유리하게 계약을 맺지 못하면 사막에서 돌아오지 말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곽 위원장은 “우리 컨소시엄에 들어오고 싶어한 미국·일본 기업의 요구를 막아내고, ‘왜 한국에만 주느냐’는 UAE 정부 내의 반론을 극복해낸 협상”이라고 말했다.

원유 부존량

원유는 땅속 깊은 곳에서 얻어낸 탄화수소의 혼합물로서 가공되지 않은 석유라는 뜻이다. 원유는 분별증류를 통해 가솔린, 등유, 경유, 중유 등으로 분리된다. 원유 부존량은 천연으로 파묻혀 있는 원유의 양을 말한다. 이번에 한국이 개발할 UAE 미개발 3개 유전은 2010~2011년 진행한 탐사시추를 통해 원유 부존량이 5억7000만 배럴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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