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는 그 시대의 자화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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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는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포스터가 항상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시대상을 반영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포스터는 영국의 알프레드 리트가 디자인한 '조국은 당신을 필요로 한다' (1914년)다.

모자를 쓰고 턱수염을 기른 장군이 보는 직접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공격적인 자세가 시선을 끈다. 반전포스터로는 '전쟁은 좋은 사업이다. 당신의 아들을 투자하라' (시모어 크와스트 작) 같은 작품이 유명하다. 포스터들의 공통점은 시선을 잡아끌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포스터라는 형식이 등장한 것은 1870년대 부터다.

다색 석판인쇄술이 완성되고 쥘 셰레라는 뛰어난 프랑스 작가가 파리의 신축건물의 벽을 장식할 '거리의 벽화' 로서의 포스터를 대량인쇄하기 시작한 것.

이 책은 이로부터 1970년대까지의 1백년간을 다룬다.

본격적인 포스터가 등장해 소위 황금시대를 거쳐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에 이르는 기간동안 포스터의 발전과 변천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자기목적적 예술성을 지향하는 포스터의 속성, 고유의 표현언어를 발견하려는 부단한 노력, 포스터와 시대상황, 포스터와 대중간의 공명에 대해 사례별로 설명한다.

이 책이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순수미술과 포스터의 상보적 관계다. 포스터는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순수미술이 포스터를 통해 당면과제를 해결하곤 했듯이 포스터 또한 대중과 호흡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당대의 예술사조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터는 툴루즈 로트렉이나 알퐁스 무하와 같은 미술가뿐 아니라 무대.산업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조상으로는 아르누보, 상징주의, 입체주의 아르데코에서부터 바우하우스의 조형성과 1960년대 히피와 언더그라운드 운동의 의도적 모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을 선보이며 생명력 넘치는 예술형식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은 이 책은 2백73컷에 이르는 도판을 싣고 있어서 지난 1세기에 걸친 대표적인 포스터를 생생하게 접할 기회를 준다.

지은이 존 바니콧은 24년 영국에서 출생해 왕립미술대학 회화과 주임강사와 첼시 미술학교 학장(80~89년)을 거쳤다.

역자는 이화여대 영문과.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마치고 여러권의 미술번역서를 낸 김숙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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