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알아봐달라 건넨 뒤 잊었던 로또가 99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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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에 사는 퀵서비스 배달원 김모(69)씨는 2008년 8월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로또를 구입했다. 며칠 뒤 서울로 돌아온 김씨는 강남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지인 이모씨를 찾았다. 김씨가 “당첨됐는지 확인해 달라”며 이씨에게 로또를 건네는 순간 김씨의 휴대전화로 퀵서비스 배달 요청이 왔다. 김씨는 배달을 마치고 이씨의 가게로 돌아와 “로또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다른 얘기만 하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컴맹’이라 인터넷을 할 줄 몰랐던 김씨는 ‘그냥 복권 한 장 잃어버린 셈 치자’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약 4년이 지난 올해 1월 상황이 달라졌다. 딸이 김씨로부터 사연을 듣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더니 2008년 8월 제298회 로또 1등이 제주도의 한 수퍼에서 나온 것이었다. 김씨가 그 회차 로또를 구입한 곳이었다. 당첨금은 99억원이었다.

 김씨는 지난 2일 “이씨가 로또가 1등에 당첨된 사실을 확인하고 고의적으로 돌려주지 않았다. 우선 1억1000만원이라도 받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이씨 부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는 소장에서 “가게로 찾아갈 때마다 이씨 부부는 딴청을 부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들어가면 이씨가 당시 1등 당첨금을 찾아갔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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