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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뛰는 가스값, 타운 주유소에선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가스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다. 자고 나면 오르는 가스값 때문에 운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유소 업주들도 가스값 상승이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가스값이 올라도 실제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LA한인타운 일대의 주유소들을 다녀봤다

업주들도 볼멘소리
전반적으로 손님 줄어 들어
가격 잇딴 상승 반갑지 않아

퇴근시간 장사진
더 오르기전 채우기 진풍경
앱 이용·현금 결제자 늘어

지난 29일 오후 1시 LA한인타운 웨스턴과 올림픽에 위치한 모빌 주유소. 주유를 위해 차량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LA한인타운 인근에서 가스값이 비교적 싸다고 알려지면서 운전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주유소에 붙은 가스 가격은 레귤러 기준 갤런당 4.29달러. 인근에 위치한 웨스턴과 8가의 76주유소 역시 4.29달러로 가격 경쟁을 하고 있었다. 개별 주유소들은 본사에서 대략적인 가격을 받은 뒤 경쟁 업소들의 가격을 살펴 자신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한다.

요즘처럼 오름세가 가파른 때는 하루에도 여러번씩 가격이 오르는 일도 있다.

LA한인타운 내 한 주유소의 사장은 "이틀 전에는 하루에 3번 가격을 올렸다"며 "이런 상황이면 여름에는 갤런당 5달러 수준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여름이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데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유독 가격 오름세가 심했다"는 나름의 설명도 함께 붙었다.

가스값이 오르면 주유소만 재미를 본다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가스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카풀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 손님 수가 줄기도 하는 데다 주유하는 가스 양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쌓인 재고가 현재 시가보다 싸기는 하지만 새로 들여올 가스 가격이 더 높을테니 통상 갤런당 3~6센트 정도인 주유소들의 수익 마진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20년 넘게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A사장은 "가스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본사에서 배달이 늦어진다"는 불만을 늘어 놓기도 했다.

저녁 퇴근 시간에 주유소들이 북적이는 건 가스값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면 볼 수 있는 풍경 중에 하나다. 다음 날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먼저 가스를 가득 채워넣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절약 심리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에 너무 많은 손님이 몰리는 게 주유소 입장에서 좋지만은 않다는 게 업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버몬트와 윌셔 코너 쉘 주유소의 해리 한 사장은 "하루가 다르게 가스값이 오르는 요즘 같은 때는 저녁 퇴근시간이 되면 미리미리 가스탱크를 채우려는 차들로 주유소가 북적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가스 가격이 인상되기 시작하면 바로 손님이 10~15%는 줄어 든다"고 말했다.

가스값 오름세가 화제가 되면 가격이 싼 주유소에 차들이 몰리는 현상도 심해진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인근 지역에서 가장 가격이 싼 주유소가 어디인지도 쉽게 알 수 있다. '가스 프라이스 워치' '가스버디' 등의 앱이 인기다. 앱을 이용해 미리 가격을 알아본 뒤 주유소를 찾아가면 이를 통해 절약할 수 있는 돈도 적지 않다.

LA한인타운내에서 세일즈 일을 하고 있는 나상규(37) 씨는 "직업 특성상 여기저기 돌아다니 보니 현 위치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찾기 위해 앱을 이용해 주유소를 찾는다"며 "가스값 부담을 덜기 위해 얼마 전부터는 평소에 쓰던 플러스 등급보다 한단계 낮춘 레귤러 등급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부동산 일을 하는 케네스 김씨도 "손님들에게 집을 보여 주러 다녀야 하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가스값 오름세가) 많이 부담된다"며 "가격 문제도 있고 큰 차이도 없다고도 하니 레귤러 개솔린을 쓴다"고 말했다.

현금 고객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주유소를 찾는 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크레딧카드나 데빗카드로 결제할 경우 해당 업소가 카드회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를 감안해 현금 고객에게는 싼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주유소들의 전략과 맞아 떨어졌다.

이런 주유소들에서는 현금 고객과 카드 고객의 가격 차이가 갤런당 5~10센트 정도 난다.

버몬트와 7가에 위치한 쉘 주유소의 켄 박 매니저는 "지금같이 가스비가 고공행진을 할 때면 현금 계산 고객들이 늘어난다. 현금으로 계산할 경우 크레딧카드로 계산하는 고객보다 갤런당 6센트 저렴하게 주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주 평균 4.323달러
한주만에 25센트나 급등

캘리포니아 주 가스 가격이 한주 만에 25센트나 급등했다.

전국자동차협회(AAA)에서 발표한 지난 28일 평균 가스 값은 갤런당 4.323달러로 전주에 비해 25센트가 올랐다. 또 이날 전국 평균 레귤러 가스값은 3.731달러로 전주보다 15센트 올랐다. 이는 전년대비 35센트나 높은 것이다. 가스가격 상승에는 불안한 중동정세로 인한 원유가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PFGBest의 필 릴린 분석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가동에 대한 전쟁위협으로 원유가격이 정상보다 20달러 정도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4월까지 전국 평균 가스 가격이 갤런당 4.2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염승은·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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