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변 우라늄 농축 잠정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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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영변 농축우라늄시설 가동 중지 및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과 식량지원·인적교류를 맞바꾸는 큰 틀에 합의했다.

 북한과 미국은 29일 평양과 워싱턴에서,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이 같은 내용의 북·미 3차 회담(2월 23, 24일) 결과를 동시 발표했다. 2010년 말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이래 북·미 양측이 이 시설의 가동 중단에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북한이 회담 결과를 동시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일단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 핵시험(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농축 활동을 임시 중지하고, 이 중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북한에 24만t의 영양 식품을 제공하고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쌍방은 이를 위한 행정 실무적 조치들을 즉시에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전 미국과 합의한 ‘24만t 영양 지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비핵화 사전조치로 요구했던 사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성의 있는 합의 이행으로 6자회담이 재개되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곧 미국을 방문한다. 외교 소식통은 “3월 중순 시라큐스대학의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이용호 부상과 최선희 미국국장, 실무 담당 직원 2명 등 북한관리 4명이 초청받았다”며 “미국이 이들에게 비자를 내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상은 김계관 제1부상에 이어 북한의 6자회담 대표로 임명됐으며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남북비핵화회담 때 위성락 당시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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