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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때 본격적으로 배우는 역사, 책과 사극 비교하며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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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말을 처음 배울 때 엄마는 수다쟁이가 돼야 한다. 아이의 언어능력을 자극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다고 언어능력이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고 완성된 문장으로 말을 해야 학습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독서교육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발달 시기에 맞춰 적절한 독서지도를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이가 말을 처음 배울 때처럼 조기 독서교육이 중요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앙일보 열려라 공부와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이 ‘독서로 공부습관 바로잡기’ 기획 시리즈를 마련해 자녀의 발달단계에 맞춘 효과적인 독서교육 방법을 알아봤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한우리 중랑지부 강의실에 6명의 5학년 학생들이 어린이용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펴고 수업을 했다. 황혜정 독서지도사와 학생들은 저자 정약용과 당시 시대적 배경, 책 속 시대와 현재가 어떻게 다른지, 왜 현대에 목민심서가 다시 주목받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책 내용이 정리되자 한 명씩 앞에 나와 ‘1분 스피치’를 했다. 전재현(서울 중화초 5)군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선물을 받으면 그에게 유리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 정치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고윤재(서울 동원초 5)군은 “신분사회와 시민사회 모두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며 “국민을 바르게 다스리는 목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에서는 초등 고학년의 독서 후 활동으로 1분 동안 주제에 맞춰 발표를 하는 ‘1분 스피치’를 한다. 책 내용을 파악한 뒤 이를 적용해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사고를 돕기 위해 제시문을 준다. 이에 맞춰 자신이 정리한 메모를 보면서 의견을 정리해 말하도록 유도한다. 발표가 끝나면 편지·설명문 등 다양한 글쓰기로 마무리를 한다. 한우리 이명애 중랑지부장은 “발달단계상 이 시기에는 책 내용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하기엔 아직 부족해 제시문을 주고 그에 맞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독후활동에 초점을 둬 디딤돌을 놔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등 2학년에게도 책 읽어주며 어휘 설명

유아와 초등 저학년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갖고, 책 읽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이때는 책을 놀이처럼 느껴야 한다. 부모와 자녀의 교감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서적 부분과 발달단계를 고려해 아이를 부모 무릎에 앉히고 매일 책을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등 1학년 교과서는 그림 위주지만 2학년부터는 교과서뿐 아니라 읽는 책도 글자가 많아진다. 이 지부장은 “이 시기에 그림책에서 글자책으로 자연스레 넘어가지 못하면 만화책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2학년이 된 후에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그는 “많은 부모가 한글이 서툰 유아나 초등 1학년 때는 책을 읽어주지만 한글을 어느 정도 깨우친 2학년 이후엔 읽어주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어휘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휘력이 떨어지면 글은 읽지만 정확한 독해를 할 수 없다. 예컨대 책에 ‘반환’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부모가 책을 읽어주며 설명해줄 수 있지만 혼자 책을 읽으면 의미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 특히 2학년이 되면 더 많은 어휘력이 필요해진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진 아이들은 동화보다 글이 많고 과학 같은 지식 위주의 책을 찾는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 오서경 실장은 “초등 2~3학년부터는 책에 추상적인 단어가 많아져 어휘력이 떨어지면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모르는 단어가 많아지면 책에 대한 흥미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초등 고학년 땐 아버지가 독서교육 나서길

초등 고학년은 지적 발달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기다. 교과서 글자 수도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지며 요구하는 지식도 많아진다. 비문학 글도 소화해야 한다. 이 지부장은 “책에 대한 흥미도와 어휘·추론·비판능력을 평가하는 독서능력을 진단해보면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은 어휘력이 떨어지고 개념어가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면 추상적인 단어나 정확한 의미를 몰라 글 속에 숨은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소설 『소나기』에서 주인공이 여자 아이가 던진 돌을 주머니 속에서 계속 만지작거린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때 돌을 그리움을 상징하는 돌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오 실장은 “조기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글을 읽고 깨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책을 읽어야 그 단어를 상황 속에서 이해하고 적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초등 고학년 땐 사회생활이 활발한 아버지가 독서교육에 나서는 것이 좋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렵다면 책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5학년 때는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므로 방영 중인 드라마 사극과 역사책을 비교해가며 얘기하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교 때는 독서가 더욱 중요하다. 학습을 강요하기보다 성장소설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자신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오 실장은 “독서교육에도 자녀의 발달단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학년이 아닌 자녀의 특성에 따라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현 기자

초등 5학년 학생들이 어린이용 ?목민심서?를 읽고 제시한 주제에 맞춰 1분 동안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있다. 독서와 독서 후 활동을 할 때도 자녀의 발달 수준에 따라 방법이 달라야 한다. [김경록 기자]

발달단계별 독서 후 활동 ※도움말= 한우리독서토론논술

● 유아 뒷 이야기 상상해 말하기, 등장인물 상장 만들기, 두 줄로 이야기 쓰기, 그림으로 내용 표현하기, 책 속 등장인물 만들어 보거나 그리기

● 초등 저학년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책갈피 만들기, 수집한 자료로 타임캡슐 만들기, 가이드북 만들기, 책 만들기(비문학 책을 읽은 후 사진이나 설명 넣기), 친구에게 책 추천글 쓰기, 토의하기

● 초등 고학년 주인공이 돼 편지쓰기(화자의 변화), 서평 작성하기, 고발장 만들기, 가상 일기 쓰기, 체험학습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기, 역사·과학 신문 만들기, 인터뷰 보고서 쓰기, 1분 스피치

● 중·고등 글로 표현하기 위주. 미술책 읽고 큐레이터 돼 소개하기.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 토론문 작성하기, 토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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