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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수박 같아 … 겉만 파랗고 속은 빨갛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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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경제는 수박과 같다. 겉만 파랗고 속은 빨갛다.”

 이승한(66) 홈플러스 회장이 정치권의 대형 유통업체 규제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이 회장은 최근 정치권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심야영업을 금지하고 최대 월 이틀 문을 닫게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을 공표한 데 대해 “잘못된 정책으로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를 수박에 비유했다. “겉은 시장주의를 표방하지만 잘라보면 빨갛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동쪽에서 시작한 정권이 서쪽으로 가며 알 수 없는 동문서답식 정책을 편다. 세계 어디에도, 사회주의 국가에도 이런 식의 전방위적 규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10억~30억원을 들여 영업하는 중대형 자영업자들”이라며 “유통법이 정말 골목상권과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이 대형유통업체 규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다 나라 망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안 될 각오로 일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했다. 포퓰리즘에 기울지 않은 인물이 정책을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다.

 이 회장은 규제가 기업 투자와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도 펼쳤다. “테스코 본사가 규제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투자의 효율성을 감안해 태국과 중국으로 돌리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날 이 회장은 “유통업의 특성을 활용한 풀뿌리 연합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어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겠다”며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100명의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하고 1000명의 위탁가정 어린이를 돕는 ‘생명의 쇼핑카트 캠페인’을 다음 달 1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상·풀무원·LG생활건강·CJ·아가방 등 200여 협력사와 함께 올해 30억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협력업체의 특정 제품이 홈플러스에서 팔리면 업체가 판매금액의 1% 내에서 홈플러스 e파란재단에 기부하고, 홈플러스가 다시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매칭기부’ 방식이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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