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의 이름으로 … 청년 벤처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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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아산나눔재단이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정주영 에인절투자기금을 28일 출범시켰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올해부터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운용하는 800억원의 에인절투자 매칭펀드보다 규모가 크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는 "현재 민간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에인절펀드 규모는 30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에인절투자는 창업 이후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기업가를 지원하는 투자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성공한 기업인이 후배 사업가에게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문화적 전통 덕에 이런 투자가 활성화되어 있다.

 기금이 출범하기까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험도 한몫했다. 1940년대 정 회장은 3000원(쌀 130여 가마 값)을 빌려 차린 자동차 수리공장에 불이 나 망할 위기에 처하자 그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를 찾아갔다. 그러자 그는 “여태껏 내 돈을 떼인 적이 없는데 당신 신용을 믿고 돈을 더 주겠다”며 선뜻 3500원을 내밀었다. 정 회장은 이 돈으로 회생했고, 지금의 현대자동차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산나눔재단은 앞으로 정보기술(IT) 융·복합, 스마트 제조업, 첨단 농업, 문화 콘텐트 같은 사업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전문 투자기관과 함께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한정화 재단 이사는 “정주영 기금을 통해 미국의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몽준 재단 명예이사장은 “아버님이 생전에 우리 금융기관이 기업에 더 적극적으로 신용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하셨는데 이번 기금 조성에 대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 10월 정 회장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범현대계열 기업들이 500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이번에 조성된 1000억원의 기금은 초기 출연자금과 별개로 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와 같은 현대중공업그룹사와 KCC, 한국프랜지, 현대백화점이 추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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