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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가시 돋힌(?) 말 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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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악성댓글은 어떤 대상에 대해 모욕감과 정신적 충격을 주고 개인의 생명을 앗아 가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특성 때문에 가시 돋친 말들이 오가기도 한다.

 말 속에 상대를 공격하는 뜻이나 내용이 들어 있을 때 이처럼 ‘가시 돋친 말을 한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가시 돋힌’이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속에서 생긴 것이 겉으로 나오거나 나타나다’는 의미를 지닌 ‘돋다’에 접사 ‘-히-’를 붙여 피동 표현을 만든 것이 ‘돋히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잡다’에 ‘-히-’를 붙여 ‘잡히다’, ‘먹다’에 ‘-히-’를 붙여 ‘먹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돋히다’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돋히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돋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타동사가 아니라 동사가 나타내는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자동사이므로 ‘-히-’를 붙여 피동 표현으로 만들 수 없다.

 ‘가시 돋힌 말’은 ‘가시 돋은 말’ 또는 ‘가시 돋친 말’로 바꾸어 써야 한다. ‘돋치다’는 ‘돋다’의 피동 표현이 아니라 ‘돋다’에 ‘강조’의 의미를 더하는 접사 ‘-치-’를 붙여 만든 단어로, ‘돋아서 내밀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넘다’에 ‘-치-’를 붙여 ‘넘치다’, ‘밀다’에 ‘-치-’를 붙여 ‘밀치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용법이다.

 “매서운 추위에 전기장판이 날개 돋힌 듯 팔렸다”에서와 같이 ‘날개 돋힌 듯’이란 표현도 흔히 사용되고 있으나 이 역시 ‘날개 돋친 듯’으로 써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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