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막내린 부산영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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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 오후 7시30분 수영만 야외극장에서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화양연화〉 상영을 끝으로 9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부산을 영화의 바다 속에 푹 빠뜨린 축제였다.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지만 행사 규모나 초청 인사들의 면모 등을 볼 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13일 북한으로부터 날아온 낭보는 무엇보다 큰 성과다. 북한이 2001년 영화제에 출품하겠다고 연락해 온 것. 또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임권택·강수연 등 영화인들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도 함께 밝혀왔다.

따라서 내년에는 북한영화 상영뿐 아니라 북한영화인 초청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다. 영화제 측은 지난해 봄부터 북한영화와 북한영화인 초청을 추진해왔으나 불발에 그쳤었다.

올해 영화제를 살찌운 것은 영화제의 얼굴이랄 수 있는 게스트들, 즉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들의 참여였다.

독일 감독 빔 벤더스, 인도 감독 부다뎁 다스굽타, 중국 배우 겸 감독 장원(姜文), 이란의 마흐말바프 가족, 홍콩 왕자웨이 감독 등 칸·베니스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감독들이 잇따라 영화제를 찾았다.

또 폐막작의 주연인 량자오웨이(梁朝偉)와 장만위(張曼玉)도 영화제를 빛냈다. 당초 오기로 했던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의 불참은 아쉬운 대목이다.

세번째를 맞은 PPP(Pusan Promotion Plan)의 성황도 인상적이었다. PPP는 공식 선정한 아시아 영화프로젝트를 각국 투자자·배급사와 연결시키는 프리마켓으로, 영화제에 시장 기능을 부여하는 행사.

엄선한 22개 프로젝트를 놓고 미국의 미라맥스, 프랑스의 카날 플뤼 등 세계 유명 투자·제작사 등이 최고의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행사 기간 사흘 동안 2백50여건의 만남이 이뤄졌다. 미 영화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PPP는 아시아 영화시장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행사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한국 참가 프로젝트 중 유난히 관심을 끌었던 송일곤 감독의 〈칼〉은 카날 플뤼, 일본 NHK 등으로부터 지원과 공동제작 제의를 받아 투자자를 골라야 하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한국 영화 해외 수출을 노려 마련한 '인더스트리 스크리닝'에선 12편의 작품을 상영했지만 해외 참가자가 총 1백여명에 그쳐 실패한 프로젝트로 남았다.

올 영화제 관객은 18만여 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며 해외 및 국내 참여 게스트가 지난해 8백여 명에서 2천여 명으로 크게 늘어 영화제의 성장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취재기자들이 1천여명 몰려 열띤 경쟁을 벌였고 외신 기자도 80여명이나 찾았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표소에선 예약을 한 관객이 표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여전했고 많은 취재진이 몰린 공식 프레스 센터는 컴퓨터가 2대 뿐일 만큼 시설이 열악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 영화제를 찾는 팬들이 지나치게 10~20대에 치우쳐 있다는 것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 영화제 규모에 비해 진행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부산영화제 각 부문 수상작

▶최우수 아시아 신인 작가상
마르지예 메쉬키니(이란) 〈내가 여자가 된 날〉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유키사다 이사오(일본) 〈해바라기〉, 임상수 〈눈물〉
▶아시아 영화진흥기구상
임권택 〈춘향뎐〉
▶관객이 뽑은 PSB영화상
류승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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