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디 EU 집행위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시간) EU본부가 있는 벨기에 뷔르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났다.

20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참석하는 프로디 위원장은 "아시아와 유럽이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ASEM 서울회의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이번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가 현저한 발전 단계에 있을 뿐 아니라 유럽과의 무역.외교관계 면에서 지금만큼 우호적인 때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의 교역 성장세는 주목할 만한 수준이다. 그러한 자생적 협력관계가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할 때다. "

- ASEM이 말뿐인 잔치라는 일부 비판도 있는데.
"틀린 말이다.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ASEM이 포괄적 국제협력을 대표하는 유럽과 아시아간의 실질적 협력체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 북한이 ASEM 참여 의사를 밝힐 경우 EU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남북한 화해와 화합에 긍정적이었다. 향후 ASEM에 북한이 참여한다면 언제나 환영이다.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재등장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러한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작업들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 북한이 최근 EU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제안한 데 대한 EU의 공식 입장은.
"EU 회원국 중에서 북한과 외교 개방을 결정한 국가들이 일부 있다. 나는 개인적인 호감을 갖고 그같은 교류를 주시해 왔다. 북한과의 외교 관계 수립과 관련해 EU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내린 결정은 아직 없다. 하지만 각 회원국의 결정을 존중해 조심스럽게 따른다는 것이 EU의 입장이다. "

- 한국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성장을 계속해오다 경제위기에 직면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위기를 딛고 다시 높은 성장 수준을 회복했다.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개혁의 필요성을 자각해 과거와는 다른 제3의 국면에 돌입했다.

이같은 새로운 국면이 가져올 진통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각종 국가구조 분석들에 근거해 '한국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

- 아시아 속의 한국을 평가한다면.
"아시아가 전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의 새로운 성장을 잘 이용할 수 있는 역학적 위치에 있다. 과학과 신기술의 신속한 흡수와 이와 관련된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의 시스템은 잘 준비되고 제대로 작동될 것으로 믿는다. "

- EU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EU는 세계 정치사에서 새로운 존재다. EU는 현재 11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곧 20개 언어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EU가 어떠한 속도로 성장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 행로는 결정됐다. 즉 회원국이 자신들의 주권을 유지하면서 공동체를 이룬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EU 회원국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주요 영역에서 함께 협력해 일을 추진할 것이다. 이미 화폐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

- 유로화의 추락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유로화는 인류 역사상 전혀 시행된 적이 없는 새로운 경험이다. 따라서 직면하는 문제도 새로운 것이다.

최근 유로화에 반대한 덴마크 국민투표 결과에 개인적으로 불만이지만 그것은 민주적인 절차에 입각해 하나의 유럽을 구성한다는 대전제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민주적인 경로를 통해 향후 유로화가 강력한 통화로 자리잡을 것을 확신한다. 현재 장부상으로만 유통되는 유로화가 사람들 손에 쥐어졌을 때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

브뤼셀=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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