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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연지 1년 만에, 문 닫은 대전 아쿠아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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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7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간 대전시 중구 대사동 아쿠아월드를 찾은 학생들이 휴업 안내판을 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주말인 25일 오전 11시 대전시 중구 대사동 아쿠아월드. 손님 20여 명만 수족관의 물고기를 구경할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차장 역시 텅 비어있었다. 중부권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란 말이 무색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입장객은 300여 명에 불과했다. 수족관 관리도 엉망이었다. 내부 유리표면에는 물이끼가 끼었고 몸길이 80∼90㎝의 무태장어는 배를 하늘로 향한 채 힘겹게 숨을 이어갔다.

 가족과 함께 아쿠아월드를 찾은 오선명(39·여·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씨는 “수족관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고 곳곳의 조명이 꺼져 있어 물고기를 구경하는 것이 즐겁기보다는 무서웠다” 고 말했다.

 대전 아쿠아월드가 27일 경영난을 이유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1월 문을 연지 1년여 만이다. 하지만 경영난 타개 방안도, 재개장 일정도 없는 휴업이어서 사실상 폐업이라는 분석이 많다. 감정가 213억원의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인수자가 나설지도 의문이다. 아쿠아월드는 총사업비 450억원이 투입돼 수족관(아쿠아리움) 4523㎡와 아쿠아센터 7720㎡ 등을 갖추고 각종 물고기 5만여 마리가 있는 동굴형 수족관이다. 당초 아쿠아월드 입장객은 연간 80만명 이상, 100여 명의 직접 고용 창출 등 직·간접으로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가 연 238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1년여 만에 물거품이 됐다.

 아쿠아월드는 개장 초기부터 협소한 진입로와 주차난 등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대전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쿠아월드 유치 당시 인근에 주차타워 등 대규모 주차장 조성 계획을 세웠으나 민선 5기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1월 이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이로 인해 주차난 등 교통혼잡으로 관람객 수가 개장 초기부터 매달 평균 3만여 명정도로 목표치(6만5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관람객은 더 줄기 시작해 지난해 8월부터는 1만여 명을 채우기도 힘들게 됐다.

 아쿠아월드가 경영난을 겪자 채권자인 국민은행이 지난해 11월 79억원 대출금 회수를 요구하며 건물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아쿠아월드는 결국 임시휴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아쿠아월드 휴업으로 속이 타는 것은 주변 상인들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모(48)씨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시 개장할 때까지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며 “대전시가 제시한 장밋빛 전망만 믿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달 12일 경매 절차가 시작될 아쿠아월드의 재개장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인수자가 나올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휴업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폐업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현재 아쿠아월드 측은 희귀 어종 100여 마리와 천연기념물 등 각종 어종들을 유지·관리할 여력이 없어 도심의 흉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아쿠아월드 측은 “사비를 털어서라도 최대한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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