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는 울산 ~ 제주 19인승 항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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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울산∼제주 항로를 운항했던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사(이하 이스트 항공)의 19인승 소형항공기가 29일 운항을 중단한다. 지난해 10월 울산공항에서 날갯짓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이다.

 이 항공사는 19인승 소형항공기(기종 METRO 23)로 울산∼제주항로를 오전(9시30분)·오후(5시) 하루 두 차례 운항 중이다. 이스트항공은 매달 1억여원씩 발생하는 적자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트항공에 대한 울산 지역민들의 기대는 컸다. KTX에 승객을 빼앗긴 울산공항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출발했었다. 울산공항은 2010년 11월 KTX 울산역이 개통된 뒤 38.9%(2010년 59만8000명→2011년 38만2000명)쯤 승객이 급감했다. 항공노선도 24편에서 16편으로 줄었다.

 울산공항은 2009년 56억원 적자를 냈으나 KTX가 개통된 뒤 2011년 76억원으로 적자가 커졌다.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 허상태 운영팀장은 “이스트항공이 성공했더라면 울산공항뿐 아니라 적자상태인 지방공항을 되살리는 하나의 모델도 될 수 있었다”라며 “지역에서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스트항공의 실패 원인은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로 가는 울산지역 승객을 붙잡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항공료는 울산∼제주보다 김해∼제주 편이 더 싸다. 이스트항공의 울산출발 제주행 항공료는 평일 8만8000원, 주말(금~일요일) 9만6000원이다.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김해공항 출발 제주행(184인승)의 경우 평일 6만4600원. 주말(금~일) 7만5500원이다. 울산 태화관광 장화식 주임은 “리무진 버스로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로 가는게 19인승 항공기를 타는 것보다 싸다”며 “상당한 제주 승객 수요가 있지만 비싼 항공기를 누가 이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대기업체 공장들이 몰려 있고, 전국에서 가장 개인소득이 높은 도시지만 고객들이 비싼 항공료를 외면한 것이다. 애초 기대했던 울산시의 재정지원도 없었다.

 이용객이 없어 평일의 경우 1명의 승객을 태우고 갈 때도 있을 정도였다. 이스트항공의 탑승률은 운항 첫 달인 지난해 10월 43%로 출발했으나 지난해 12월 35.8%로 뚝 떨어졌다. 5개월 동안 단 한차례도 50%의 탑승률을 넘지 못했다. 에어부산의 김해∼제주 항로 평균 탑승률은 비수기인 11~2월에도 90%선을 유지한다. 울산 출발 제주행 노선을 금·일요일 한차례씩 운항하는 대한항공 역시 80% 이상의 탑승률을 유지한다. 항공업계에서는 탑승률이 50%가 안 되면 적자로 본다.

 이스트항공 송영태 회장은 “소형 항공기가 불안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것도 어려웠다. 물론 성수기만 되면 탑승률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버틸 자금력이 없다. 부자도시라는 명성에만 너무 기댄 게 아닌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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