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불안한 기성용, 가슴엔 ‘나밖에 없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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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이 훈련이 끝난 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그가 입은 티셔츠에는 ‘나밖에 없지(Who else?)’라고 적혀 있다. [파주=김민규 기자]

기성용(23·셀틱)이 축구화 끈을 더욱 단단히 동여맸다. 축구대표팀에서 ‘올드 보이’들과 벌일 새로운 주전 경쟁 구도가 가슴속 투지에 불을 댕겼다.

 기성용은 27일 정오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했다. 이를 위해 하루 전 열린 소속팀 셀틱과 마더웰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한 뒤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도착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오후에 열린 대표팀 훈련에 참여했다.

 기성용은 근래 들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마더웰과의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것을 비롯해 소속팀에서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왔다. 최근 3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또렷하다. 파주에 도착한 그는 “허벅지 부상도 깔끔하게 다 나았다”며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훈련에 참가한 기성용은 가볍게 달리기만 했다. 그는 새 주장 곽태휘(31·울산) 옆에 붙어 다니며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바뀐 대표팀 분위기에 적응하려 애썼다.

 올드 보이들이 합류하며 대표팀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특히 경쟁자들의 컨디션이 좋은 것도 기성용에겐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25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4-2승)에서 그를 대신해 중원에 포진한 선수들이 준수한 활약을 했다. 김두현(30·경찰청), 김재성(29·상주), 김상식(36·전북)이 선발 출장했고, 후반에는 김두현과 함께 하대성(27·서울)과 신형민(27·포항)이 호흡을 맞췄다.

 27일 대표팀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올드 보이들은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다. 김두현은 공수 지역을 폭넓게 오가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도맡았고, 김상식은 3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날카로운 전진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해냈다. 둘은 30분간 치러진 실전 훈련에서 계속 주전팀에서 뛰며 발을 맞췄다. 기성용은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사이드라인에 홀로 서서 김상식과 김두현의 움직임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기성용은 훈련 후 열린 기자회견에 회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가슴팍에는 ‘나밖에 없지?(Who els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슴의 문구대로 기성용은 자신감이 넘쳤다. ‘올드 보이들의 활약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물음에 기성용은 “선발이든 교체든 상관없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팀이 승리하도록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쿠웨이트전은 위기가 아니다. 즐기고 싶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장시간 여행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또한 해외파가 넘어야 할 핸디캡”이라고 답한 그는 “해외에서 얻은 경험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새로 합류한 선배들과도 K-리그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뒤늦게 입국한 박주영(27·아스널)은 예정된 인터뷰를 생략하고 파주 트레이닝센터 내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박주영은 28일부터 팀 훈련에 참가해 동료들과 발을 맞출 예정이다.

파주=송지훈·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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