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는 사람들 급증" 잘나가던 日 현재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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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3명의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 전경. 사진=日 지지통신]

일본에 굶어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경제 위기를 초래했던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아사자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20일 일본 사이타마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부부와 아들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등 일가족 3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집안에서는 물이 담긴 페트병 외에는 음식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이 거주하던 아파트 집세는 반년 전부터 밀려 있었고 전기와 가스도 지난해 이미 끊긴 상태였다. 일가족의 시신은 심각하게 말라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들이 두 달 전에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았던 일본의 자화상을 보여준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 내 아사자는 버블 붕괴 이후인 95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후생노동성이 최근 발표한 인구 동향 통계에 따르면 아사자는 81~94년 연 평균 20명 안팎이었으나 95년 58명, 96년엔 80명을 넘었다.

사망자 중에선 40대 이상이 많았다. 95년부터 2010년까지 아사자 중 40대 185명, 50대 348명, 60대 252명으로, 40~60대가 전체(1084명)의 72%를 차지했다. 지난 30년 간 남녀 아사자 비율은 남성이 여성의 4.5배에 달했다. 사망 장소로는 집(약 70%)이 압도적이었다.

빈곤·복지 전문가 고쿠보 데쓰로 변호사는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사자 급증은 버블 붕괴 후 경기가 나빠진 시기와 일치한다"며 "고용 악화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50대 남성이 많은 이유에 대해선 "연금을 못 받고 재취업이 어려운 연령대가 50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황이 계속되며 아사자가 늘어날 우려가 있어 노동과 사회 안전망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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