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분석 'ON'시리즈3.투수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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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게 투수력이다. 이 점에서 올해 2000 재팬시리즈의 자웅을 겨루는 요미우리와 다이에는 확연히 다른 전력을 구성하고 있다. 결론부터 간단하게 요약하면 선발진은 요미우리의 압도적 우세이고 불펜, 마무리는 다이에가 요미우리보다 두텁다.

구도(12승5패 방어율3.11),메이(12승7패 방어율2.95),우에하라(9승7패),다카하시(9승6패 방어율3.18),사이토(3승1패) 등으로 짜여진 요미우리 선발진은 질과 양에서 다이에를 압도한다. 다승,방어율 등 모든 면에서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구성되어 있는 요미우리 선발진은 한 경기당 6~7이닝 정도는 무난히 끌고 나갈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투수들로 짜여져 있다.

또 요미우리 투수진은 왼손(구도,메이,다카하시),오른손(우에하라,사이토) 비율도 적절하고 구도나 사이토와 같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 투수도 있어 더욱 믿음이 간다. 이번 시리즈가 1,2,3차전 이후 휴식일 없이 7차전까지 연속으로 치뤄지는 것도 선발진이 두터운 요미우리에게는 이득으로 작용할 듯 보인다.

이에반해 다이에는 선발진이 얼마나 요미우리의 강타선을 막아줄수 있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에로선 나가이(9승7패 방어율5.20),와카타베(9승11패 방어율4.43),라지오(8승6패 방어율4.20), 다노우에(8승4패) 등으로 이번 시리즈를 끌고 나갈듯 보이지만 확실히 믿을만한 투수가 딱히 없는 형편이다.

올시즌을 통해봐도 리그우승팀 답지않게 10승대 투수가 단 한명도 없고, 3점대 방어율 투수 역시 선발진에 한명도 없다. 이는 에이스가 없는 가운데 왕정치 감독이 이번 시리즈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구나 다이에 선발 투수들은 큰 경기 경험이 별로 없는 아직 설익은 투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ON시리즈'란 빅 이벤트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투수 일색인 다이에 선발진에게는 마쓰이,다카하시와 같은 요미우리의 왼손 거포들과의 승부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듯 싶다.

비록 다이에가 지난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구도라는 걸출한 에이스가 팀의 리더 역할을 해줄 때였고, 지금은 오히려 구도가 적으로서 칼끝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기에 다이에로선 더욱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리즈에서 다이에가 열세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선발진의 중량감 차이 때문이다. 객관적 기록으로 볼때 요미우리 선발진은 다이에 타선을 압도할 힘을 갖추고 있는 반면 다이에 선발 투수들이 요미우리 타선을 막기엔 버거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란 변수가 많고, 선수들이 당일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기 때문에 요미우리가 객관적 우세만 믿고 무작정 안심할 수는 없다. 만약 다이에 선발 투수들이 경기 중반까지 요미우리와 대등하게 경기흐름을 이끌어 준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이에의 막강 불펜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이에 불펜진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일본 12개 구단중 최강으로 꼽힌다. 왕정치 감독도 말했듯이 다이에 리그 2연패의 원동력도 바로 이 불펜의 힘이었다. 시노하라(9승3패2s),와타나베(6승1패),요시다(9승3패1s)로 이어지는 좌완 셋업진에 우완으론 호시노가 있고 마무리엔 올시즌 세이브 1위인 페드라자(3승4패35s)가 버티고 있다.

이렇게 강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작년부터 다이에는 박빙의 승부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역전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강팀이 될 수 있었다. 이런 막강 다이에 불펜진을 감안할 때 만약 요미우리 타자들이 중반까지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끌려갈 경우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다.

반면 요미우리는 불펜이 가장 큰 고민이다. 올시즌 내내 아킬레스건으로서 나가시마 감독을 괴롭혀온 불펜의 부실함은 아직도 미덥지 못한게 사실이다.

특히 요미우리의 마무리 자리는 시즌내내 불안감을 노출해 왔다. 시즌초 요미우리 마무리는 붙박이 마무리인 마키하라(1패9s)가 맡는 걸로 출발했지만 얼마 안가서 마키하라가 부상을 당하자 구와타(5승8패5s)로 바뀌었다. 하지만 구와타가 줄곧 불안한 투구를 하자 시즌말엔 셋업이었던 오카지마(5승4패7s)가 잠시 마무리를 보다가 지금은 다시 부상에서 돌아온 마키하라가 마무리로 가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다.

요미우리는 마무리 뿐만아니라 불펜진 역시 선발진에 비해 중량감이 크게 뒤떨어진다. 좌완 오카지마,가시와다에 우완 미사와,미나미 등으로 구성된 요미우리 불펜진은 다이에 타선을 긴 이닝동안 틀어막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불펜진은 대체적으로 경험이 적은 선수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특별히 위력적인 구질을 가지고 있는 투수도 없다. 물론 시리즈엔 선발요원 1,2명을 빼서 불펜으로 돌리겠지만 선발을 하던 투수가 불펜에 가서 얼마나 적응할지도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이번시리즈는 선발진은 요미우리, 불펜진은 다이에 우세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요미우리는 막강 선발진이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가운데, 다이에 불펜진이 가동되기 전인 경기초반에 다이에 선발 투수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다이에 불펜진을 무기력화 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다이에로선 선발투수들이 요미우리 타선을 최대한 봉쇄해주며 경기흐름을 대등내지 우세로 이끌고 가다 경기막판 불펜싸움으로 가져갈 수 있다면 다이에에게 승산이 높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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