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5천만원…인터넷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훔쳐보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몰래 카메라나 리얼리티쇼가 인기를 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국내 인터넷 업체에서 잇달아 개인의 사생활을 24시간 생중계하는 리얼리티쇼를 기획,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 인근의 호젓한 전원주택. 서로 일면식도 없던 젊은 남녀 10명이 이곳에 모였다. 이들이 바로 1백30대 1의 경쟁을 뚫은 장본인들이다. 20세의 대학 초년생에서부터 휴학생, 프리랜스 디자이너, 기업체 대리, 그리고 33세의 재즈댄스 강사까지.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유분방한 도전정신과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겠다는 다짐뿐이다.
인터넷 방송국 KISTV(http://www.kistv.com)와 한국통신 Watchnjoy(http://www.watchnjoy.co.kr)가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판 ‘트루먼쇼’가 지난 10월 5일 정오부터 시작됐다.

‘Twenty Eyes(20개의 눈)’라고 이름 붙여진 이 서바이벌 게임은 총 56일간 펼쳐지며 시작 후 2주째부터 네티즌들의 투표와 1주일에 한 번씩 주어지는 과제수행에 대한 평가에 따라 매주 1명씩 탈락하도록 되어 있다. 이 생존게임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는 사람에게는 5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이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집안에는 모두 20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카메라들은 최대한 사각을 줄이고 구석구석을 촬영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계산되어 있다. 이중에는 원격카메라는 물론 야간촬영이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까지 포함되어 있다. 방과 거실, 테라스, 현관, 심지어 화장실까지 카메라의 눈을 피할 수 없다. 화장실의 경우 변기의 위치까지는 카메라의 눈이 닿지 않으며 세면대까지만 공개된다.

혼자 춤을 추는 여성 참가자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24시간 열려 있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생중계된다.

이들에게는 핸드폰이나 전화, 컴퓨터 등 외부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어떤 통신기기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책이나 기타, 음악CD 등 본인이 원하는 간단한 소지품들을 지참하고 있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물론 문은 열려 있다. 원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스스로 걸어나가면 된다.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이 서바이벌 게임에서 탈락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10명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56일을 지내야 한다는 것뿐이다. 잠을 자든 춤을 추든 그것은 모두 그들의 자유다.

게임 시작 이틀째인 10월 7일 저녁 8시. 1층 거실에 설치되어 있는 4번 카메라에는 거실에 모여앉은 6∼7명의 모습이 잡혔다. 불과 이틀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들은 서로 상당히 친해져 있었다. 편한 자세로 거실 소파에 몸을 누인 사람도 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물론 모두가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 방인 1층 6번 카메라에는 방에 혼자 서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한 여성 참가자의 모습이 잡혔다. 거실에서 어울리기 싫은 모양이다. 그저 오랜 시간을 이렇게 계속 음악을 바꾸어가며 춤을 추고 있다.

주부·농부·여대생 등 참가

드림라인의 서바이벌 게임이 벌어지는 용인의 한 주택세트. 13대의 카메라가 24시간 이들의 생활을 촬영한다.이들의 모습은 KISTV와 Watchnjoy 사이트에 가면 20개의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집의 구조와 방 이름, 카메라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보고 싶은 카메라의 번호를 클릭하면 된다. Watchnjoy 홍보실의 신지나 과장은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는 상황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조그마한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사회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교수와 정신과 의사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포진하여 과제 수행과정을 심도있게 분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훔쳐본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 한때 TV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라는 기법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인간의 엿보기 욕구를 자극하는 ‘리얼리티 쇼(Reality Show)’는 지난 99년 네덜란드의 베로니카 방송국에서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C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빅 브러더 쇼’라는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자 수 2천5백만명을 기록하며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국의 오락 프로그램에 이어 인터넷 방송국들이 앞다투어 리얼리티 쇼를 기획하면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초고속통신망 업체인 드림라인도 10월 9일부터 ‘5천만의 선택, 최후의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60일간의 리얼리티쇼를 시작한다.

참가자들은 별도 제작된 용인 에버랜드 내 단독주택 세트에서 생활하게 되며 집안에 설치된 13대의 카메라를 통해 24시간 생중계로 인터넷을 통해 생활상을 공개하고 네티즌의 투표를 받게 된다.

이 행사는 ‘과연 한국인이 좋아하고 바라는 인간형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1만6천여명의 신청자 중에서 서류전형과 면접, 네티즌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10명이 선발됐다.

드림라인 홍보실의 김미선 대리는 “신청자 중에는 에로 여배우나 프로 게이머 등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양한 연령대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선발했다”며 “참가자들을 보면 남편과 두 아들에 치어 사는 평범한 40대 주부, 엄마나 이모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20대 후반의 커리어우먼, 땅과 하늘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는 30대 농부, 아르바이트해서 나이트도 가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는 생기발랄한 21세의 여대생 등 공통점이라고는 한국인이라는 것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참가한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유일한 가정주부인 김광숙씨(44)는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신청을 하게 됐다. 주위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남편과 아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었기 때문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근처에 친정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에 집안일을 도와주실 수 있겠지만 아홉살짜리 막내가 있어서 두달 동안 집을 비우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상생활 외에 요일별로 태권도, 다도, 전통춤, 전통예절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각자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각종 시합, 게임, 수업, 탈락자의 밤 등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다. 또 한 대의 컴퓨터로 하루에 1시간까지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걸려온 전화도 받을 수 있다.

“외부와 격리된 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생활 엿보기식의 몰래 카메라와는 다르다”는 것이 주최측 관계자의 말이다.

처음 5주 동안은 시청자 투표 결과에 따라 득표수가 낮은 참가자부터 일주일에 한 명씩 탈락하게 되고, 5주 후부터는 남은 5명이 마지막까지 함께 생활하고 프로그램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 12월 7일 투표를 집계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참가자를 1위로 결정하게 된다.

말초적인 개인의 엿보기 욕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벌써 네티즌들 사이에는 이 인터넷 방송 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거액의 상금을 거머쥐게 될 최후의 생존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또 그곳에서는 앞으로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것인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