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올해의 마이너리거' 존 로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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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에 관해 가장 권위있는 잡지로 평가받고 있는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81년 이래로 매년 가장 뛰어난 마이너 리그 선수를 한명씩 선정해 발표해왔다.

지금까지 '올해의 마이너리그 선수'로 선발되었던 선수들은 드와이트 구든, 호세 칸세코, 샌디 알로마, 탐 고든, 프랭크 토마스, 팀 새먼, 매니 라미레즈, 데릭 지터, 앤드류 존스, 폴 코너코, 에릭 차베스, 릭 엥킬 등으로 이들 모두 메이저에 올라와 팀을 대표하는 올스타가 되었고 상당수는 신인왕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해 그 영광은 22살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우완투수 존 로치에게로 돌아갔다.

99년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에 화이트삭스에 지명받은 로치는 대학 2학년때인 98년 여름 리그에서 8-1에 1.69의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9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거의 확실해 보였던 로치는 그러나 3학년때인 99년 뇌수막염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했고 팀들은 그를 지명하길 꺼려해 결국 그는 3라운드까지 밀리게 되었다.

그러나 입단후 99년 말에 그는 수막염에서 회복되었고 서서히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올해 그는 하이클래스 싱글 A와 더블 A를 뛰면서 16-4에 2.66을 기록했고 18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그가 기록한 탈삼진 수는 마이너를 통틀어 휴스턴의 로이 오스왈트(188개)에 이어서 대만 특급 차오진휘와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9월에는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대표팀으로 선발되었고 시드니에선 11이닝동안 2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로치가 올림픽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는 메이저로 승격되었을 것이다.

키가 무려 2m 11cm로 메이저에서 제일 크다는 랜디 존슨 보다도 1인치가 더 큰 로치는 마운드에 서있는 것 만으로도 타자들에게 두려운 존재이다.

90마일 중반의 직구는 스피드와 무브먼트 만으로도 위력적이지만 로치는 더군다나 랜디 존슨과는 달리 오버핸드로 공을 던지기 때문에 그가 낮게 공을 던지면 타자들에게는 마치 공을 내려꽂는 것처럼 느껴진다.

커브도 워낙 각이 커서 거의 원바운드로 떨어지기 때문에 포수들이 캐칭에 애를 먹는다. 또 로치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주 유연하고 부드러운 투구폼을 가지고 있어서 멀리서 그가 던지는 모습을 보다가 그에게 가까이 가면 사람들은 그의 큰 키와 유연함에 놀라곤 한다. 또한 컨트롤도 좋은 편이라 작년 166이닝 동안 49개의 사사구 만을 허용했다.

그러나 아직 체인지업은 더 가다듬어야 하고 자주 던지지 않는다. 또 장신 투수 특유의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

킵 웰스, 존 갈란드, 로렌조 바르셀로, 아론 마이엣, 마이크 뷰얼 등 이미 다른 팀들이 부러워 할 만큼 많은 뛰어난 투수 유망주들을 가지고 있던 화이트 삭스는 99년 드래프트에서도 맷 긴터, 댄 라이트, 존 로치를 건졌고 이들 중에 가장 늦게 뽑은 로치는 오히려 가장 큰 수확이 되었다.

그러나 마이너에선 최고였던 이들 모두 모두 메이저로 가서는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덕분에 팀은 후반기에 선발진의 부상을 제대로 메꾸지 못해 고전했다.

이들이 메이저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대부분 이들의 재능보다는 경험부족 때문이었으며 클리블랜드가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팀은 신인들인 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년에도 다시 한번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돌풍이 재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화이트 삭스에게는 젊은 투수들이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로치가 내년에 메이저로 올라오게 된다면 내년시즌 아메리칸 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아마 시애틀의 좌완 라이언 앤더슨(2m 8cm)와 시카고의 우완 존 로치(2m 11cm)의 꺽다리 대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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