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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시는 중국인, 맥주 마시는 나이지리아인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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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20면

-신흥시장에 왜 돈이 몰리나.
“선진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자금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잔뜩 위축됐던 투자자들이 몇 가지 호재를 계기로 돈을 풀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 완화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가동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유럽 쪽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개선됐다. 투자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인도·브라질 등 신흥시장 전체에 자금을 공격적으로 넣고 있다. 물론 이런 투자는 신흥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데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앨릭스 호먼 피델리티 이머징마켓 주식상품개발본부장

-신흥시장은 미국·유럽 투자자가 수시로 돈을 빼고 넣는 ‘ATM 증시’라는 말이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근래 신흥국에 많이 모여든 건 맞다. 이들 때문에 신흥시장의 주가는 선진시장보다 변동성이 크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글로벌 투자자는 신흥시장에 장기 투자한다. 지금은 신흥국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다. 중요한 건 길게 보면 신흥시장은 주가 하락폭에 비해 상승폭이 크다는 것이다. 5% 하락하면 다시 10%가 오른다는 얘기다. 세계적 투자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 10년간 선진시장 지수는 50% 오른 데 비해 신흥시장 지수는 280%나 올랐다.”

-신흥시장의 투자 포인트는.
“인구 증가, 소득 상승, 소비시장 확대가 3대 포인트다. 이 세 가지 흐름을 충족하는 기업은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성장세가 눈에 보이는 국가와 산업에 투자한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인구는 10년 전 1억2000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1억5000만 명이다. 현재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2억 명을 넘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전 500달러에서 현재 1500달러로 3배가 됐다. 그러면서 필수적인 의식주 이외의 소비 여력이 생긴 계층이 두터워졌다. 이들은 맥주를 마시고, 휴대전화를 쓴다. 기네스맥주는 본국인 아일랜드보다 나이지리아에서 더 많이 팔린다. 그런 흐름을 포착해 우리는 기네스맥주 나이지리아 법인과 현지 휴대전화 업체를 투자 대상에 넣었다.”

-또 다른 예는.
“중국도 3대 투자 포인트를 충족한다. 소득이 늘면서 칭다오맥주 대신 와인을 마시는 중국인이 급증했다. 중국 현지 와인 브랜드 1위 기업인 얀타이 창유(Yantai Changyu)가 근래 연평균 25% 이상 이익이 급증하는 이유다. 인터넷 광고시장의 폭발적 성장도 눈여겨본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5년 전 전체 가구의 10%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35%까지 늘었다. 2016년엔 60%까지 늘 것으로 본다.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판 구글’로 불리며 중국 인터넷 검색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바이두(Baidu)가 될 것이다.”

-시야를 좁혀보자. 한국 시장의 매력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글로벌 선도기업이 많다. 그런 기업에는 투자자들이 복잡한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다. LG생활건강과 KT&G를 보자. 둘 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가 넘을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화장품·음료 등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진출도 확장하고 있다. KT&G도 한국 내 담배시장의 60% 안팎을 차지한 데다 인삼의 해외 수출 증가도 기대된다.”

-내수주·소비주를 선호하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소비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을 좋아한다. 하지만 지역·국가별 특성에 따라 투자 종목군은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다. 가령 한국의 대표적 수출주인 삼성전자를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우선 스마트폰 분야에서 선두다. 반도체는 경쟁자인 일본 엘피다를 제치고 최종 승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만 영업이익률 25%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다른 경쟁기업은 모두 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주가는 저평가돼 있다. 삼성전자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1.8배다. 이는 고점이었던 2005년 2.9배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가 더 오를 여지는 충분하다.”

-삼성전자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은 이익가치를 측정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IT는 경기 변동에 따라 이익이나 매출이 크게 달라지는 경기 민감 업종이다. 그런 업종일수록 편차가 큰 이익보다는 자산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한다.”

-신흥국 중에는 원자재 비중이 큰 나라가 많다. 원자재 시장 전망은 어떤가.
“미국과 유럽이 통화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 금·은 등 귀금속과 원유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전체 경제 규모에서 천연자원 등의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투자 매력이 커진다. 특히 금값의 상승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이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해 돈을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달러나 유로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현금의 대체재 성격을 지닌 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오른다. 원유도 이란 핵개발 이슈와 신흥국 수요 증가로 강세를 보일 것이다. ”

-전망이 좋지 않은 분야는.
“조선과 건설이다. 조선업은 공급 과잉 상태다. 특히 중국 조선업이 그렇다. 물론 한국의 조선업은 액화석유가스(LPG)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특화하고 있어 상황이 좀 다르다. 건설업은 수요 위축이 심각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건설시장이 회복되지 않았다. 원자재 중에선 귀금속을 제외한 철광석 등의 비금속 전망이 좋지 않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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