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영동서 대형산불 잦은 이유 … 양간지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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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0년 4월 영동지방인 강원도 고성·강릉·동해·삼척에서 산불로 인해 무려 244.5㎢의 산림이 불탔다. 2004년 3월엔 속초와 강릉에서 숲 6㎢가 잿더미가 됐다. 앞서 1996년 4월에도 고성 산불로 37.6㎢의 숲이 사라졌다. 실제 4월 산불 발생건수는 경북, 전남, 강원도 순이지만 피해 면적은 강원도, 특히 영동지방이 가장 넓다.

 이처럼 봄철 영동지방에서 유독 산불 피해가 큰 이유가 밝혀졌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4일 “대형 산불 피해는 양양~간성, 양양~강릉 지역에서 부는 국지성 강풍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과 이 지역에 밀집한 소나무 숲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봄철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되고, 온난한 성질의 이동성 고기압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하면 태백산맥 위 해발 1500m 상공에 기온 역전층이 형성된다.

 보통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지만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면 위로 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찬 공기는 기온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지나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압축돼 공기흐름이 빨라지고 산맥 경사면을 타고 영동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이때 풍속이 여름 태풍 수준인 초속 32m에 이른 적도 있다. 주로 양양~간성, 양양~강릉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양간지풍’ ‘양강지풍’으로 부른다.

 기상연구소 이용희 예보연구과장은 “양간지풍이나 양강지풍이 강하게 부는 상황에서 산불이 나면 동쪽으로 번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진화가 어렵고 피해 면적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또 “동해안을 따라 산불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 숲이 발달돼 있는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소나무는 일단 불이 붙으면 인화성이 강한 송진·솔방울로 인해 불이 더 커지기 쉽기 때문이다. 기상연구소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기상 조건을 산불 진화에 활용하는 ‘스마트 산불 확산예측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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