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만원+α싸지는 토러스 … 미 자동차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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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그렉 필립스(57)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22일 송재성 상무를 비롯한 간부들을 급하게 지방으로 내려보냈다. 전날 저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 달 15일 발효된다는 발표를 듣고 나서 “이제 때가 됐다”며 내린 결정이다.

각 지역의 딜러들과 함께 곧 들여오는 지프 랭글러 사하라, 지프 캠퍼스 전륜구동 모델에 대한 가격 책정은 물론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송 상무는 23일 “한·미 FTA 발효라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미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는 생각에 딜러들이 흥분해 있다”며 “가격 인하 요인까지 고려하면 판매량이 크게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사는 올해만 9종의 신차를 출시한다. 총 5000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4%까지로 높인다는 복안이다. 지난해는 3316대를 팔아 3.16%의 점유율을 보였다.

 한·미 FTA 발효 결정과 함께 그동안 움츠렸던 지프(크라이슬러)·포드·캐딜락(GM) 등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중 미국 3사 브랜드 점유율은 2007년 11.68%에서 지난해 7.86%까지 떨어진 상태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가격 인하 효과뿐 아니라 그동안 한국 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들고 나오면 점유율이 1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즉시 수입 완성차에 대한 관세가 4% 낮아진다. 각 수입차 업체는 차 가격에 관세 인하분을 고스란히 반영할 계획이다. 배기량 2000㏄ 이상 차량의 경우 개별소비세도 2% 줄어든다. 포드코리아는 개별소비세를 포함해 최고 5%의 가격 조정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의 대형 세단인 토러스(5240만원)의 경우 260만원 정도 싸질 수 있다. 노선희 포드코리아 이사는 “지난해 말 한·미 FTA가 국회에서 비준되면서 각 딜러들이 자체적으로 차 가격을 미리 할인해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브랜드 전체적으로 차 값을 인하하게 된다”고 말했다. GM코리아는 4780만원 하던 캐딜락CTS의 가격을 23일 4680만원으로 낮췄다.

그동안 연비가 좋지 않은 차의 대명사로 통했던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최근 미국 브랜드로는 최초로 하이브리드카인 퓨전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조만간 연비가 10% 향상된 뉴 이스케이프도 선보인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를 들여오는 유럽·일본 브랜드 역시 차 값을 인하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3, X5, X6 등을 미국에서 들여오는 BMW와 M클래스를 수입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관세 인하분을 차 값에 반영한다. BMW X6 30d 모델(9980만원)은 개별소비세 인하분까지 포함해 약 400만원 싸진다. 도요타코리아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관세 인하분을 차 값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알티마의 가격도 내려갈수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역시 한·미 FTA 발효를 반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태 부장은 “당장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최대 12.5%)가 없어지기 때문에 미국 부품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부품은 대미 자동차 부문 수출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5000여 중소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30만 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다.

한·미 자동차 관세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차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 감축 혜택은 없다. 승용차는 현재의 2.5%의 관세가 앞으로 4년간 그대로 유지된다. 화물차 등 상용차에 대해서는 앞으로 7년 동안 지금의 25% 관세가 유지되다 8년째부터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10년째 되는 해에 완전 철폐된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분에 대해서는 현재 8%인 관세가 FTA 발효 즉시 4%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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