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명장, 광대·소리·굿 ‘이야기 마당’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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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인 3색’ 감독들이 영상(映像) 속 전통 문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뭉쳤다. 왼쪽부터 정수웅 다큐멘터리 감독, 임권택·이준익 영화감독.

우리 시대의 대표적 영화감독이 23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집에 모였다. 영화감독 임권택(78)·이준익(53),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정수웅(69)씨다.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이들을 연결한 고리는 전통과 ‘스토리텔링’. 우리 고유의 얘기 거리를 찾아내 한국문화 콘텐트를 더욱 풍성하게 하자는 뜻에서 손을 잡았다. 그들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최로 열릴 ‘영락(映樂)-그 남자의 영상이야기’에서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소위 전통의 현대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모색할 작정이다.

 우선 ‘왕의 남자’ ‘황산벌’의 이 감독이 먼저 나선다. 다음 달 2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한국 문화의집(코우스)’에서 ‘광대와 놀다’라는 주제로 영상이야기를 펼친다. 4월 4일에는 ‘서편제’ ‘춘향전’의 임 감독이 ‘소리를 보다’를 주제로, 4월 18일에는 ‘초분(草墳)’의 정수웅 감독이 ‘굿판에 살다’를 주제로 대중과 만난다. 23일 열린 기자회견은 3인 3색의 ‘영상이야기’를 미리 보는 것 같았다.

 2002년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임 감독의 설명은 이랬다. “61년 데뷔해 10년 동안 50여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전부 할리우드 아류들을 찍었다. 제작비도 그렇고 영화에 필요한 기자재와 인적 자원도 그렇고 도저히 미국 영화를 따라 잡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감독으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을 했는데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문화적 개성이나 살아온 삶이나 여러 수난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 감독은 “어려서부터 한국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며 운을 띄웠다. “20대 때 메디컬 센터에서 시체 운반을 했다. 사람이 죽으면 안치실에 옮겨놓는 일이라 죽음하고는 친숙했다. 1960년대라 전기가 자주 나갔는데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2~3시간 동안 시체하고 대화를 나눴다. 침대에 걸터앉아 내가 물어보고 내가 대답했다. 어린 마음에 죽음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삶과 죽음은 브릿지(연결된 고리)라는 느낌을 가졌다.” 그는 다큐멘터리 ‘초분’에서 시신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이엉 등으로 덮었다가 사체가 모두 썩고 나면 유해를 모아 매장하는 진도의 장례풍습을 담았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의 이 감독은 줄타기 등을 주제로 한판 광대놀이를 펼칠 예정이다. 그는 “기성세대나 신세대 모두 서양 전통에 목을 매고 있다. (서양) 전통이 과거 우리에게 있었던 문화처럼 오독되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불쾌감과 불만의식이 있다. 전통이 점점 더 소외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전통 얘기를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기획한 한국문화의집 진옥섭 예술감독은 “영상 속 전통에 대한 스토리텔링 파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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