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퍼리치는] 강남 부자들 즉시연금·장기국채로 ‘버핏세’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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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지난해 말, 정치권이 올해부터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8%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주민세(종합소득세의 10%)까지 포함하면 세금이 41.8%다. 그러자 연초부터 유직렬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넨스센터장이 바빠졌다. 부자 고객이 지금보다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유 센터장은 “절세 상품을 활용하면 버핏세 도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올 초 그를 찾아왔던 정모(68)씨의 사례를 들려줬다.

 정씨는 그간 은행만 거래했다. 130억원을 예금이나 신탁에 넣어뒀다. 이자를 연 4.5% 받는다 쳐도 최고 세율 신설로 세금을 내고 나면 수익이 물가상승률(지난해 4.4%)에도 못 미친다. 고민 끝에 유 센터장을 찾았고, 상담 끝에 130억원을 네 가지 절세 상품에 분산 투자했다.

 먼저, 즉시연금보험에 30억원을 넣었다. 현재 공시이율이 연 4.6%다. 단순 수익률은 은행과 별 차이가 없지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가입 한 달 뒤부터 연금이 나온다. 세금도 아끼고 노후 준비도 할 수 있다.

 둘째, 물가연동국채를 40억원어치 샀다. 표면이자에 물가상승분을 더해 수익을 주는 채권이다. 정씨가 산 건 만기가 9년4개월 정도 남은 상품이다. 현재 은행 이자로 환산한 수익률이 연 5.43%다. 특히 그의 마음을 끌었던 건 물가연동국채의 경우 세금은 표면이자(1.5%)에 대해서만 내면 된다는 사실이다.

 셋째, 장기국채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만기가 19년10개월 남은 국고채를 샀다. 표면이자는 4%. 예금보다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세후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연 5.24%짜리 예금에 맞먹었다. 게다가 만기 10년 이상 채권의 경우엔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나온 수익은 41.8%가 아니라 33%의 세금만 내면 된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국채를 30억원어치 샀다. 한국과 브라질 간의 조세협약에 따라 여기서 나온 이자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안 내도 된다. 만기가 9년이 남은 채권을 샀는데, 연 환산 수익률을 따지니 9.04%다. 헤알화 가치가 걱정이긴 했지만 브라질 경제의 장기 성장성을 믿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정씨가 세금을 빼고 얻을 수 있는 연간 수익은 4억원(은행 이자 연 4.5% 가정한 버핏세 도입 세후 수익)에서 7억원으로 늘어났다.

 유 센터장은 “버핏세 도입으로 세금 부담을 우려한 고객이 절세 상품을 찾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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