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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볼리비아 소금호수서 리튬 추출 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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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 모습. 포스코는 이 호수에서 가져온 1만5000L의 염수로 리튬의 화학적 추출에 성공했다.

23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실험동. 염수(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파일럿(시험) 플랜트 주변으로 멀리 볼리비아에서 온 자원부처장인 에차수 증발자원국장과 이상득 국회의원,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 등이 모여들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염수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리튬을 직접 추출하고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신기술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포스코 산하 RIST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생산 기간을 12∼18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시켰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자체 제작한 인공 염수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종 검증 단계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특사로 방문해 획득한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의 염수 1만5000L를 사용했다. 에차수 국장이 최종 추출물인 리튬을 집어 들자 RIST의 전웅 리튬연구단장이 “염수 200L에서 0.9㎏을 추출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한 뒤 하루 1000L의 염수로 리튬 5㎏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에차수 국장은 “그렇게 회수율이 높다니 정말 놀랍다”며 “앞으로 포스코 측과 신기술을 활용한 공동사업 추진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23일 볼리비아 에차수 증발자원국장(왼쪽)이 리튬 추출기술 시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종전에는 자연 증발 방식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데 최소 12개월이 걸렸다. 이에 비해 포스코의 신기술은 1개월 이내로 걸리고 소량은 8시간이면 추출이 가능하다. 리튬의 회수율도 종전 최대 50%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포스코는 이번에 성공한 주요 기술 30여 건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해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포스코는 이번 신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앞으로 염수를 보유한 리튬 생산업체들과 손잡고 해외 리튬 추출 공장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 김기홍 리튬사업추진반장은 “해외 현지에서 리튬을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게 되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리튬의 수입 대체와 수급 안정으로 국가 경쟁력이 대폭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은 지난해 15억5000만 대에 달한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세계 1위의 2차전지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연간 1만2000t의 리튬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리튬은 전량을 아르헨티나·칠레 등에서 수입해 왔다. 리튬은 광석에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염수에 녹아 있다. 리튬 함량이 높은 염수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볼리비아·중국 등 일부 국가에만 존재한다. 볼리비아는 특히 세계 매장량의 50%에 달하는 540만여t의 리튬을 보유한 자원 대국이다. 최근에는 우유니 호수 자원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가 2년의 연구 끝에 리튬 추출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볼리비아 리튬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데 확실한 우위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재 중국·미국·스위스·핀란드 등이 리튬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개발 단계부터 볼리비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정부와 긴밀히 협의했다”며 “신기술을 적용한 리튬 생산시설이 가동된다면 광산 개발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튬(lithium)

암석 속에 분포된 미량의 은백색 연질금속. 염수에도 고농도로 녹아 있다. 스마트폰 등 IT 제품과 친환경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의 고효율 배터리에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칠레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최근 볼리비아가 우유니 염호 개발로 540만t 정도의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리튬 대국으로 부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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